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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 대상 교육에 여성 비하·혐오성 발언과 폭언 이어간 종합병원 원장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병원장이 간호사들에게 “일 잘하는 간호사는 명품백과 성형에 열정이 있다”와 같은 여성 혐오성 발언과 잦은 폭언을 해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그만두는 일이 발생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종합병원 최아무개 병원장은 지난 4월21일 간호사 7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일 잘하는 간호사는 명품백과 성형에 열정이 있다”, “간호사가 되면 명품백을 사라고 한다. 할부금을 갚아야 해서 이직을 안 한다” 등과 같이 간호사 직업과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해당 종합병원 원장이 간호사 7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에 쓴 자료.
해당 종합병원 원장이 간호사 7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에 쓴 자료. ⓒ한겨레/ㄱ간호사 제공

최 병원장이 준비한 교육 자료에는 “일 잘하는 간호사는 예쁜 간호사”, “일을 못한다→비난 세례를 받는다→더 못생겨진다”는 여성 혐오성 문구도 담겼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간호사 ㄱ(43)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 ㄴ(33)씨는 “간호사에 대한 인격모독일 뿐만 아니라 성희롱이다.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복수의 간호사들은 최 병원장이 평소에도 간호사들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병원장의 폭언 등을 이유로 병원을 그만둔 간호사 ㄷ(45)씨가 병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22일 오전 회의에서 최 병원장은 ㄷ씨에게 “간호사가 꼴 보기 싫고 일을 안 하면 내보낼 수 있다”, “밥값은 할 수 있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적혀 있다.

지난달 11일 최 병원장은 ㄴ씨와 한 통화에서 “문제가 생기면 네가 병원장한테 직접 보고하는 거야. 태도가 왜 그 모양이야”, “앞으로 잘하라고. 이해했어? 말대꾸하지 말고”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병원장의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한 간호사 15명가량은 지난달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이들이 낸 사직서의 퇴직 사유엔 “병원장의 언어 폭행으로 인한 업무 불가능으로 퇴직 신청”, “직장 내 괴롭힘(병원장이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난, 무능하다고 발언)” 등이 적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최 병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과 비하 발언에 대해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신고도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도 병원장에게 지난 1일 엄중 경고를 했고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으며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병원장은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 간호사 당사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했고 오해가 생길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당시 발언에 대해서는 “남자가 좋은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열정, 여자들이 명품백을 사고 싶은 열정, 건강하고 싶은 열정 등은 정신분석학적으로 같다는 의미였고 전혀 (비방) 의도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수직적인 위계 구조로 병원 내 병원장의 갑질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병원장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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