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서 : 음...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미분류의, (웃음) 게이이고, HIV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있는, 그리고 러브포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광서라고 합니다.
1990년대 초 종로의 게이업소
터울 : 흔히 술번개 나가면 꼭 물어보는 거 있잖아요. (웃음) 게이인 걸 언제 알게 되셨어요?
광서 : 1991-92년 쯤인 것 같고, 사실 그 전에도 학교 다닐 때 친구들 보면 되게 약간, 그 당시에 흔히 ‘건드린다’는 말을 많이 하죠. 친구들끼리 막 장난치면서. 그렇게 하던 친구가 있었고, 그게 싫지는 않았던 거죠, 그 당시에도.
터울 : 많은 게이들이 그런 경험을 하죠.
광서 : 싫지 않으면서도, 왠지 걔하고 뭔가 긴밀한 관계가 된 것 같고, 알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웃음) 그러다가 92년쯤 서울에 와서 떠돌다가, 어떤 분을 만나게 됐고, 그 분 때문에 이쪽 문화를 알게 된 거죠.
터울 : 그 때 종로에 나오셨던 거죠? 처음 가신 게이업소는 어디였나요?
광서 :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유토피아’나 그런 쪽, 지하에 있던 가라오케였던 것 같고, 그 때는 12시 지나면 문을 닫고,
터울 : 그렇죠, 그 땐 심야영업 금지가 있었죠.
광서 :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게, 나는 그 때 당시에 업소를 처음 와봤으니까 거기의 모든 남자들이 신기했는데, 나보고 ”식성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본 거예요. 나는 뭣도 모르고, ”아 저 뭐든지 잘 먹어요”라고, (일동 폭소) 그래서 다들 빵 터져가지고 그 때, 나중에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선 되게 뻘쭘하더라고요.
터울 : 형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웃음)
광서 : 순수하던 때가 있었죠. (웃음)
터울 : 그렇게 종로를 나오시게 되고, 다른 업소들도 혹시 기억나세요?
광서 : 그 때 업소를 미친 듯이 다녔던 것 같아요, 1994년부터. 내가 92년 쯤에 알게 돼서, 그 때 친구사이도 가보고 그랬었어요.
터울 : 진짜 초창기 때네요.
광서 : 네, 친구사이가 그 때 신촌쪽인가 홍대쪽인가에 있을 때, 그 때도 한번 갔었고, 그리고 너무 그 때 웃겼던 게, 친구사이에 그 때 활동하던 언니들? 형들? 그 분들이 초짜 나왔다고, ‘너 뭐 하지 마라, 뭐 하지 마라’ 그러는 거예요. 뭔지 알죠? (웃음) 극장 가지 말아라, 사우나 가지 말아라, 그랬는데 막상 거기 가보면 거기서 그 사람들 다 만나고, (웃음)
터울 : 네, 전설같이 떠도는 얘기들이죠.
광서 : 그 때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약간 좀 못하게 하고, 거기 가면 약간 떨어지게 보는?
터울 : 네, 그 때만 해도 운동이 처음 만들어질 때니까요.
광서 :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일 다니고, 그 때 내가 일하던 곳에 약간 높은 사람이 이쪽이어서, 주말마다 게이업소에 끌려다니고, 그러면서 전국의 게이업소를 그 사람하고 다니고 그랬죠.
1994년의 교통사고와 HIV 감염 확진
터울 : 1994년에 HIV 감염 확진을 받으셨는데요.
광서 : 1994년에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해 있던 중에 HIV 감염 사실을 알게 되고, 알고 나서 그 때 보건소에서 나한테 해준 얘기가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자기 사무실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요만한 메모장에 적어주면서, 절대로 죽을 때까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네가 감염인인 걸 얘기하면 안되고, 살고 싶으면 내 말만 잘 따라라-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가 나한테 되게 소중했던 거예요. 그리고 감염되면 죽는다고 하는데 죽지를 않으니까, 퇴원하고 나서 저녁 7-8시쯤 되면 그 때부터 게이업소에 가서 새벽에 문닫을 때까지 술 마시고, 그 다음날 또 그렇게 마시고 마시고, 계속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그 때는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주변에선 내 감염 사실에 대해 모르니까, 돈없고 술먹고 싶을 때 나한테 연락하면 다 사준다, 그렇게 소문이 났었죠.
터울 : 그럼 확진 이전에 HIV/AIDS에 대해 정보를 접하신 적은 있으신가요?
광서 : 일단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HIV/AIDS에 대해 전혀 몰랐고, 기억에 남는 건 그 포스터였어요. 해골 그려져 있고 ‘에이즈 걸리면 죽는다‘, 그걸 봤던 기억이 나요. 그 이전에는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고, 그 때 홍보도 어떻게 했냐면 ”동성연애하거나, 외국인과 성관계하면 감염된다”라는 식으로 했었기 때문에. 나는 또 그 때까지만 해도 ‘동성애‘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를 잘 몰랐었어요. ‘동성연애‘하고 ‘동성애’하고 헷갈렸던 거죠, 그 때는.
터울 : 그럼 확진 후에는 어떻게 생활하셨어요?
광서 : 확진 후에는, 일단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병원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으니까.
터울 : 아, 그 때 병원에 오랫동안 계셨던 거군요.
광서 : 교통사고 나서 한 8개월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HIV 이전에 굉장히 큰 사고를 당하셨던 거네요.
광서 : 큰 사고였고, 거기에 또 HIV까지 있으니까 더 고립되게 되고. 내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게, 사서함으로 무슨 점 보듯이 HIV/AIDS 정보를 듣는 게 있었는데, 그 사서함의 사람들은 대부분 감염을 걱정해서 상담을 하는 건데, 나는 사실 이미 감염인이 된 거잖아요. 그 다음에 내가 듣고 싶은 정보는 거기에 없는 거예요.
터울 : 그렇죠, 감염 후에 어떻게 살아야 되고,
광서 :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병원도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아무 것도 없고, 나는 뭔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 목소리를 통해 이런 정보를 얻고 싶은데, 심지어 보건소에서도 거기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안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94년도에 감염이 되고 나서 98년에 HIV/AIDS에 대한 정보를 처음 들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