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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상림'에서 양조위와 중화권 꽃미남 자리를 다투던 배우, 금성무의 로맨스 영화 6선

90년대 세기말 느낌 물씬 풍기는 러브 스토리.

″너는 금성무야, 양조위야?”, 말도 안 되지만 그때는 그랬다. 중경삼림의 두 남자 주인공은 단박에 아시아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둘 중 누구라도 좋았지만, 영화계 한참 선배였던 양조위의 인기가 더 많았던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다. 하지만 세기말의 불안하고 음울한 중화권 영화 속에서 금성무는 언제나 소년 같은 풋풋함과 순애보 사랑으로 모성본능을 자극하곤 했다. 물론 그의 외모가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순진하고 착한 경찰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로 분하기까지 그가 출연했던 로맨스 영화 6편을 모아봤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청춘물의 정점, 중경삼림(1994)

감독ㅣ 왕가위, 배우ㅣ 임청하, 양조위, 금성무, 왕비

영화 '중경삼림'
영화 '중경삼림' ⓒ택동프로덕션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홍콩. 서로 누가 누군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그곳은 언제나 불이 켜져 있었지만, 어둡고 외로운 도시였다. 중경삼림은 직역하자면 ‘중경의 빌딩 숲‘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홍콩 침사추이의 유명한 ‘청킹 맨션’ 일대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청킹 맨션이 한자로 쓰면 중경 빌딩이기 때문이다.

한때 홍콩의 중심이었으나 세월에 따라 이주민 혹은 잠시 머무는 이들의 거처가 된 지역의 정서는 중경삼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별과 만남이란 코드는 언제나 이동과 시간이란 속성에 휘둘리고 마는 것 아닌가. 운명의 장난 앞에서 영화 속 젊은이들은 부유하며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다시 사랑하면서 삶을 이어나간다. 두 가지 이야기 속 4명의 남녀가 보여주는 미장센 그 자체가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사랑만은 아름다워, 타락천사(1995)

감독ㅣ 왕가위, 배우ㅣ 여명, 금성무, 양채니, 이가흔, 막문위

영화 '타락천사'
영화 '타락천사' ⓒ택동전영제작유한공사

″사랑이란 감정이 두려워 우린 늘 떨어져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남녀가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사랑하지 않겠다는 이러한 다짐성 대사들이 나오는데, 요즘 세상에는 독립선언문에나 나올 것처럼 아득하고 먼 옛일 같다. 마치 ”나 공부해야 하니까, 우리 대학 가서 만나자”는 말처럼 귀여운 고교생의 대사처럼 보이지만, 정작 주인공은 킬러다.

한없이 타락한 세상에서도 ‘사랑’만은 아름답게 그려내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정서가 돋보이는데, 중경삼림과 마찬가지로 혼란 속에서 부유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누군가의 ‘버디버디’ 아이디였을 것 같은 손발 오그라드는 제목이 조금 부끄럽지만, 그것이 1990년대 매력이라고 봐주자.

 

 

불치병 여주와 순애보 남주, 천애해각(1996)

감독ㅣ 이지의, 배우ㅣ 금성무, 진혜림

영화 '천애해각'
영화 '천애해각' ⓒ골든 하베스트 컴퍼니 Golden Harvest Company Ltd

천애해각(天涯海角)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소동파‘가 중국 최남단 해남도로 유배를 떠났을 때 했던 말이다. 망망대해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소동파는 ‘천애해각‘, 즉 ‘하늘의 끝, 바다의 끝‘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 장소가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된 ‘하이난’이란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영화 속 ‘천애해각‘은 스코틀랜드 북해에 있는 가상의 장소로 설정됐다. 평생 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죽어서만 갈 수 있는 곳으로 뱃사람에게 있어 ‘세상의 끝‘을 의미한다. 불치병에 걸린 캘리(진혜림)는 마지막의 희망을 품고 천애해각을 찾아 떠나고, 그녀를 사랑하는 아층(금성무)이 그녀의 행보를 돕는다. 아주 진부한 얘기지만, ‘금성무’ 하나만 본다면 그의 연기적 성장을 체감할 수 있고, 두 명의 하이틴 스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몽유병에 걸린 여자, 첫사랑 (1997)

감독ㅣ 갈만휘, 배우ㅣ 금성무, 이유유, 갈만휘, 막문위

영화 '첫사랑'
영화 '첫사랑' ⓒ서우영화사

지금도 그렇지만, 왕가위는 그 시대 영화계 신과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수제자로 꼽은 것이 바로 ‘갈만휘‘다. 지금은 배우로만 활동하지만, 한때는 왕가위의 마음을 사로잡아 제작비를 받으며 만든 영화가 바로 ‘첫사랑’이다. 기대를 모았던 영화는 오픈되자마자 혹평이 쏟아진다. 혹자는 왕가위의 기에 눌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이 영화는 왕가위 키즈들이 어떻게 왕가위를 쫓아가느냐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는 총 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래는 각기 한 편의 영화였다고 알려졌다. 그중 인상적인 한 편을 꼽자면, 청소부인 임가동(금성무)이 매일 밤 몽유병으로 거리를 다니는 황유유(이유유)를 만나는 이야기다. 자신이 누군지 기억조차 못 하는 황유유를 밤마다 지켜주고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고, 청혼까지 하는 그. 첫사랑의 끝이 어떤지는 모두들 경험해봤을테니, 결론 유추가 가능할테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친니친니(1997)

감독ㅣ 해중문, 배우ㅣ 진혜림, 금성무, 곽부성

영화 '친니친니'
영화 '친니친니' ⓒUFO

영화 천녀유혼, 황비홍, 시티헌터, 첨밀밀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해중문의 감독 데뷔작이었다. 그 이후에는 감독이 아닌 미술과 의상, 예술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금성무, 곽부성, 진혜림까지 당대 중화권 최고의 청춘스타들이 모여 찍은 영화인 데다 첨밀밀의 여운을 얻어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몰라도 친니친니의 주인공인 진혜림이 부른 ‘사랑의 송가(A Lover’s Concerto)’가 광고에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지루하게 사는 피아노 조율사 첸가후(금성무), 떠돌이 소설가 유목연(곽부성), 피아니스트 목만이(진혜림)과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사랑하는 만이와 목연을 바라보기만 하는 가후의 애틋함이 영화 속 포인트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누군가가 마지막에 깜짝 카메오로 등장한다.

 

 

하늘에서 천사가 떨어지다, 라벤다(2000)

감독ㅣ 엽금홍, 배우ㅣ 금성무, 진혜림, 진혁신

영화 '라벤다'
영화 '라벤다' ⓒ골든 하베스트 컴퍼니 Golden Harvest Company Ltd

금성무와 진혜림이 또 만났다. 다행히 금성무가 진혜림을 바라만 보는 역할은 아닌데, 또 금성무가 사람은 아니다. 아로마테라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아데나(진혜림)는 사랑하는 연인 앤드류를 잃은 후 무미건조한 삶을 산다. 그녀가 하는 일은 매일 밤 그리움을 담은 풍선을 하늘로 띄워 보내는 것뿐. 한데 그 풍선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것인지, 어느 날 그녀의 집으로 날개가 부러진 천사, 에인젤(금성무)이 떨어지면서 삶의 양상이 달라진다.

에인젤은 음식이 아닌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놀랄 것 없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황이 천국의 문을 연다는 뉴스를 보고 같이 바티칸으로 향하기도 하니까. 동화처럼 엉뚱하고 개연성 없는 얘기지만, 두 배우가 최선을 다한 덕분에 그나마 완성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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