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전인 3월12일, 홍콩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는 2명에 불과했다. 1월말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약 한 달 반 동안 누적 확진자는 131명에 불과했다. 홍콩은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과 함께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사례로 거론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비결‘은 간단했다. 홍콩 정부는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해 노출자를 빠르게 찾아냈고, 학교 문을 닫았으며, 일찌감치 모든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의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시민들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재택근무 등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2003년 사스(SARS)의 경험이 교훈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홍콩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실내 헬스장이나 술집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이 27일 보도했다.
홍콩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6일 오후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43명 증가했다. 10%가 넘는 증가율로, 하루 신규 확진자수로는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중 해외유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뺀 나머지 18명은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인 또는 추정됐다.
이로써 홍콩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453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1주일 만에 2.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CNN은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공무원과 민간 기업들이 3월 초부터 속속 업무에 복귀했고, 지하철이 다시 사람으로 붐비기 시작했다고 소개하며 ”당시에는 적절한 조치로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확진자 증가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며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다. 열흘 동안 20여명 늘어나는 데 그친 것.
그러나 3월 중순을 지나면서 매일 두 자릿수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CNN은 ”너무 일찍 경계를 늦출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교훈을 홍콩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은 계속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고, 소셜미디어에는 술집과 바, 나이트클럽이 밀집한 란콰이퐁에 몰려든 ”무책임한” 사람들을 질타하는 글이 쏟아졌다.
홍콩 정부는 부랴부랴 다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월요일(23일) 캐리 람 행정장관은 25일부터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의 입국과 환승객을 차단하겠다고 밝혔고, 내국인 입국자에게도 진단검사와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또 바,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등에서의 주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공무원들도 이번주부터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람 행정장관은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하며 ”그렇지 않으면지난 두 달 동안 홍콩 시민들의 수고는 물거품이 되고, 대단히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정부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힌 주류 판매 금지조치를 일단 보류하는 대신 더욱 광범위하고 강력한 통제 조치를 담은 새로운 지침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