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동자동사랑방 등 4개 단체는 11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절차의 세부 지침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단체 연합은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노숙인 1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지급되고 있는 경기도, 전주시 등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 신청 및 사용 현황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102명 중 77.5%는 아예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신청한 22.5% 중 실제 수령한 비율은 절반 가량인 11.8%에 그쳤다.
설문 대상자의 90% 가까이가 신청하지 않았거나, 신청하고도 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주민등록지가 현재 사는 지역에서 멀거나(27%),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26%), 거주불명등록자라는(23%)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단체 연합이 노숙인의 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장벽으로 꼽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민등록지에서만 신청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숙인들은 공인인증서나 신용 및 체크카드, 휴대폰 사용이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라 현장에서 창구 신청을 해야 하지만, 주민등록지와 실제 사는 지역이 다르면 주민등록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타 지역에 머무는 한 50대 노숙인은 ”김포가 주소지라 지원금 신청하려면 버스를 4번 타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못 갔다”는 경험담을 공개했다.
두 번째는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등록상 세대원인 노숙인들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지원금을 받을 방법이 없다.
이밖에도 기자회견에서는 현실적으로 노숙인들에게 가장 급하면서 가장 많은 지출 항목인 쪽방촌과 고시원 등의 ‘주거비’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