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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커피가 매장 커피보다 덜 맛있는 이유를 전문가들이 설명하다

돈도 아끼면서 맛 좋은 커피를 집에서 만드는 방법이 있다

  • 김태성
  • 입력 2019.04.01 18:19
  • 수정 2021.03.04 18:31
ⓒSETH RESTAINO VIA GETTY IMAGES

커피 애호가에게는 단골 커피전문점에 들러 맛있는 커피를 뜨겁게 한잔하는 것만 한 소소한 행복이 없다. 그런데 한잔에 5천 원에 가까운 커피값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같은 체험, 같은 느낌을 집에서 재현해 보는 걸 고민해 본다. 돈도 아끼면서 맛 좋은 커피를.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집 커피가 전문점 커피보다 대체로 덜 맛있다는 사실에 동의할 거다. 왜 그럴까? 내 손으로 만든 것과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한잔, 그 차이 때문만은 아닐 거다. 그래서 독자들의 정신건강과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허프포스트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섰다.

우리는 커피 업계 전문가 6명에게 물었다(Birch Coffee 공동 창립자 제러미 라이먼, Blue Bottle Coffee의 커피 문화 담당 마이클 필립스, Verve Coffee Roasters의 카페 지점장 나이다 린드버그, La Colombe Coffee Roasters CEO 토드 카마이클, Intelligentsia Coffee 교육/프로그램 매니저 베일리 맨슨, Stumptown Coffee Roasters 교육 담당 에밀리 로젠버그). 커피 전문점에서 즐기는 수준의 커피를 자기 주방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전문가 모두 동의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좋은 장비 말이다. 침출식 프레스 포트(French Press) 커피를 선호하는 카마이클을 제외하고는 모두 커피 그라운드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 여과식 커피의 장점을 들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캡슐식 커피를 모두 싫어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는 차이가 있었다. 

중요한 건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거다. 요점 몇 가지만 잘 지키면 된다. 아래서 그 방법을 설명한다.

 

물이 중요하다

그것도 매우. 전문가 모두 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필립스의 말이다. ”마술 같은 재료다. 물이 제 역할을 할 경우에는 그냥 모르고 지나친다. 그러나 나쁜 물은 커피 맛에서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런데 물맛은 사는 동네와 수돗물 성분에 달렸다. 로젠버그는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수돗물부터 마셔본다. 물맛이 괜찮으면 커피 물로도 괜찮다는 뜻이다.”라며 ”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입 안에 뭔가 남는 느낌이라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낮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브리타(Brita) 같은 주전자 모양의 정수기나 일반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로 훌륭한 맛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샘물로 커피를 만들어보면 커피 맛의 가능성에 더욱더 놀랄 거라고 했다.

카마이클의 제안이다. ”폴란드 워터(미국서 소매로 파는 샘물 브랜드)와 늘 사용하던 물을 사용해 따로 커피를 만들어보라. ‘내 물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와, 정말 맛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직접 확인해 보는 건 나쁘지 않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매장의 커피 물 온도와 집의 커피 물 온도다. 커피를 맛있게 내리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90도 정도다. 그러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드립 커피메이커 대부분은 그 온도를 구현하지 못한다. 그만큼 맛과 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로젠버그의 말이다. ”아무리 신선한 고급 커피를 적절하게 그라인딩해서 사용한다 해도 온도가 맞지 않으면 커피에 담겨있는 다이나믹한 맛을 모두 음미하기 어렵다. 뭔가 놓치게 된다. 우리가 뜨거운 물을 커피 그라운드 위에 붓는 방식을 추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누구든지 물을 뜨겁게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 온도는 커피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커피와 물의 완벽한 비율을 찾아야 한다

가장 완벽한 비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씩 달랐다. 카마이클은 뜨거운 커피 경우 “1:17 커피 대 물 비율”이어야 하며 아이스커피는 1:9가 적절하다고 했다. 로젠버그는 1:16이라고 했고 린드버그는 1:15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으니 직접 시도해 보고 자기에게 알맞은 비율을 결정하면 될 것 같다.

 

저울이 필요할 거다

전문가들과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점은 커피 만드는 것도 일종의 예술 또는 기술이라는 거다. 따라서 정확도는 필수다. 로젠버그가 그 부분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했다.

″나는 커피 만드는 과정을 요리나 제빵과 비교해 설명한다. 레시피를 정확히 따른다면 맛이 다른 빵이 나올 수 없다. 눈짐작으로 할 때와 저울을 사용해 정확하게 만들 때 그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저울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지나치다고 느끼는 거다. 그러나 케이크 굽는 걸 생각해보라. 얼마나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가. 커피에는 오로지 두 가지 재료만 들어간다. 매우 대단한 제빵사가 아닌 다음에야 눈짐작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무슨 용기든 일관된 양의 커피를 측정할 수 있는 용기를 꼭 사용하라.”

저울이 중요한 이유 하나 더. 커피메이커가 당신을 속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먼은 “3, 4컵 양의 물이라고 보통 커피메이커에 적혀있다. 그런데 그건 매장 같은 곳에서 사는 실제 컵 사이즈와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더할 뿐이다.”라며 ”일상에서 사용하는 컵 크기가 아니라고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아마 5온스(ounce ~ 150ml) 컵을 기준으로 한 듯 보인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카마이클은 적정량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물론 나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지만, 만약에 마리화나를 산다면 무게를 잰 후 사지 않겠나? 그런 걸 눈짐작으로 할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 신선한 재료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방금 그라인딩한 커피 맛은 다르다 

집 커피가 못마땅하다면 커피 그라인더에 투자할 시점일 수 있다. 

맨슨은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는 않으면서도 미리 그라운드한 커피를 마시겠냐는 질문에 ”등산을 하러 간다면”이라고 대답했다. 라이먼은 그라인딩할 때 가루 크기도 중요하다고 했다. 로젠버그는 커피 그라인딩을 식빵 써는 기술과 비교했다.

″식빵을 통째로 사서 한 조각씩 잘라 먹으면 빵이 맛있다. 그런데 자른 부분을 한 시간 동안 밖에 놔두면 빵은 눅눅해진다. 커피를 그라인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시기 직전에 그라인딩해야 최고의 맛을 보장할 수 있다. 때로는 편리를 따지지 않을 수 없지만 말이다. 나도 가끔 미리 썰어놓은 식빵을 산다.”

 

캡슐 커피에는 아무 변화도 줄 수 없다

편리를 따지자면 네스프레소 같은 캡슐형 커피가 있다. 그런데 모든 커피 전문가들은 캡슐형 커피를 나쁘게 평가했다. 거의 모두 캡슐형 커피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 일부는 커피:물 비율이 정확할 수 없다고 했고 일부는 비용면에서 비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카마이클의 말이다. ”네스프레소를 마신 사람은 실망감을 느낀다. 빅맥을 두 개 삼킨 다음 느끼는 우울한 느낌과 비슷한 기분 말이다. ‘대체 왜 내가 이런 짓을 했지?’ 캡슐형 커피를 마시면 그런 기분이 든다.”

카마이클과 맨슨은 더 환경친화적인 캡슐형 커피를 생산하는 것이 미래에는 가능할 거라고 보았다. 맛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발전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맨슨의 말이다. ”지구를 망가트리는 자동차가 세상에 널려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지구를 파괴하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면 돼’라고 한다. 그러나 네스프레소는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지만 말이다.”

 

장비를 늘 청결하게 관리한다

필립스가 꼭 기억하라고 하는 것은 좀 다르다. 그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기름 자국이 남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커피를 받아주는 유리 병(카라프)을 자주 씻지 않으면 결국 기름 찌꺼기가 남게 된다. ”추측이지만 사람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유리 병의 약 90%에는 기름 찌꺼기가 남아있을 것이다. 맛이 감지될 정도로 더러울 거라는 소리다. 일반인들은 커피 메이커의 유리 병 부분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깨끗이 세척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물로 대충 헹구지만 말고 세제로 닦은 다음 따뜻한 물로 린스해줘야 한다. 그래야 기름 찌꺼기가 제거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건 바로 개인 취향.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 종류와 그 제조법을 일관되게 지키는 게 맛있는 커피의 비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과테말라이든 에티오피아든 재배지마다 커피 원두의 산성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시음해 보고 결정하라고 한다. 결국 취향이 최우선이라는 소리다.

물론 좋은 물과 그라인더 그리고 저울은 거의 필수지만 말이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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