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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8일 16시 00분 KST

'HIV 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이 13개 서울 시립병원에 배포되다

HIV 감염인이 '치과 스케일링'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지 약 3년 만이다.

oatawa via Getty Images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치과 스케일링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지 약 3년 만에, 서울시가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HIV 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13개 시립병원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월 서울 보라매병원은 ”환자의 포말이 튀게 되어 감염의 우려가 있다”며 HIV 감염인에 대한 치과 스케일링을 거부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진료용 의자를 커다란 비닐로 칭칭 감은 채 스케일링 시술을 하여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6년 8월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해당 행위에 대해 ‘감염인에 대한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시민인권보호관이 감염내과 전문의를 통해 조사한 결과 HIV 바이러스는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보다도 전염 가능성이 낮았다. 또 혈중 바이러스가 낮은 사람으로부터는 전파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이 병원의 HIV관리지침에는 HIV감염인 치과 진료시 장갑, 마스크 착용 등 일반적인 감염관리만 하면 된다고 기재돼 있었다.

전성휘 시민인권보호관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HIV감염인은 약만 복용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인데, 우리 사회의 편견과 잘못된 생각, 지식들로 인해 대부분의 HIV감염인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머니투데이 2016년 9월2일)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18일 환영 논평을 내어 ”의료기관에서조차 HIV 감염인을 거부하면 직장,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HIV 감염인과 더불어 살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가이드라인이 17개 전체 지자체로 확산되도록, 시도립병원에서 모든 병원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논평 전문.

 

[논평] HIV감염인의 차별 없이 치료받을 권리

서울시에서 전국으로! 시립병원에서 모든 병원으로!

17개 지자체 중 서울시가 최초로 시립병원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2018년 3월 28일 서울시는 13개 서울시립병원에 배포하였다.

2015년 5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이하 보라매병원)은 “환자의 포말이 튀게 되어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분리된 공간(전용체어를 포함한 치료실)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HIV감염인에게 치과 스케일링을 거부하였다. 이는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적 대우란 점을 서울시와 보라매병원에 알리자, 2015년 6월 “치과진료시 표준예방지침 준수 외의 별도의 공간이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고.....HIV감염 등을 이유로 진료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보라매병원은 진료용 의자를 커다란 비닐로 칭칭 감고, 진료용 의자와 1m 정도 떨어진 칸막이에도 커다란 비닐을 덮은 후 HIV감염인에게 스케일링 시술을 하였다. 이에 2016년 8월 서울특별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보라매병원이 필요 이상의 과도한 감염관리를 행한 것은 HIV감염인에 대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하였고, 서울시장에게 HIV감염인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 후 서울시립병원 대상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1년 반이 넘게 걸렸다.

피해를 당한 HIV감염인과 HIV감염인단체들이 3년이란 긴 시간동안 주목하고 시정을 촉구한데에는 각별한 배경이 있다.

의료기관은 HIV에 대한 의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편견이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최우선의 공간이다. 의료기관에서조차 HIV감염인을 거부하면 직장,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HIV감염인과 더불어 살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HIV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와 차별적 진료행태는 아주 만연한데 특히 치과 치료, 신장투석, 항문외과 수술, 고관절수술, 임신•출산, 알콜중독•정신병원 입원치료,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HIV감염인이 차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진료를 기피하거나 “나는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구나”라고 차별을 내면화하게 되고 내적낙인이 강화되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관리 기본조례(2014년 제정)’은 “모든 시민은 자신의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하여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이에 대한 서울시장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립병원에서도 HIV감염인에게 진료거부한 사실은 충격이었다.

시립병원 대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HIV감염인단체는 누적된 차별경험을 정리하여 가이드라인에 포함해야할 내용을 서울시에 개진하였고, 상당수 포함되었다. HIV감염인의 경험에 기초하여 상호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첫째, 시립병원들이 감염관리에 있어 ‘표준 주의(standard precaution) 지침’을 잘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감염관리가 엉망이거나, 확인된 감염성환자만을 표적으로 하여 과도한 감염관리를 하려고 하면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표준 주의지침은 의료인이 모든 환자의 모든 병력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진단받은 감염성환자에 국한하여 특별하게 취급하려 할 경우 인권침해소지에 비해 예방상의 편익이 크지 않다. 표준 주의지침은 환자 구분 없이 모든 환자의 혈액, 체액, 분비물, 배설물 등과의 직접적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고, 지금까지 변함없는 감염관리원칙이다. HIV감염인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은 모든 환자들에게도 안전한 병원이기 때문이다.

둘째, 신체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특성에 따른 차별이 없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HIV감염인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의 비율이 높고, 게이,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진 사람도 있고, 이주민 등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있다. 게다가 에이즈는 ‘성적낙인’이 심한 질병이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의료인들도 HIV감염인을 낯설어하거나 거부하기 때문이다.

셋째, 모든 HIV감염인은 자신의 치료와 관련된 정확하고 적절하며 이해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아야 하며, 의료인은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안된다’고만 할 뿐 진료가 늦어지거나 거부 및 배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넷째,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감염관리기준에 근거하여 HIV감염인에게 진료하고 HIV감염인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섯째, 의료기관의 진료역량에 따라 최선을 다해 진료하되 필요시 타 의료기관과 연계하여야 한다.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니 큰 병원 가라’, ‘급한 치료는 끝났으니 요양병원 가봐라’, ‘우리병원에서는 투석안되니 국립중앙의료원 가봐라’는 식의 안내로는 치료 연계가 안 될 가능성이 많고, 의료기관의 진료거부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치료의 연속성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못했지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의료기관은 HIV검사를 할 필요가 있을시 환자에게 HIV검사의 필요성, 결과의 의미, 이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하고, 환자는 검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동의 없는 검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나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 의료기관에서 수술이나 시술 전 루틴검사를 할 시 환자에게 고지 없이 HIV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HIV검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따라 HIV감염인의 삶과 치료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서울시는 HIV감염인이 특히 진료받기 힘든 투석, 고관절수술, 항문외과 수술, 임신•출산, 알콜중독•정신질환 입원치료,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서울시립병원들의 준비상황과 이후 계획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계속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셋째, 적어도 시립병원에서 하는 각종 채용신체검사, 직장건강검진(특수건강검진 포함) 항목에 HIV검사가 포함되어있는지 점검하고, 채용신체검사와 직장건강검진에 HIV검사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는 사업주가 노동자와 취업을 하려는 자에게 HIV검사를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료기사, 간호사 등 의료기관 소속 노동자 대상 직장건강검진(특수건강검진 포함)에 HIV검사를 포함하고 있다. 또 서울시립병원은 기업이나 사업주가 HIV검사를 요구하는 채용신체검사나 직장건강검진을 이미 실시한 경우에도 HIV양성 판정을 받은 노동자에 대하여는 “면접통보” 등 비밀이 유지될 수 있는 방식으로 통보하여야 하고, 그 노동자의 사업주나 다른 노동자가가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립병원 대상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과정만큼이나 내용을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가이드라인이 서울시립병원 곳곳에 눈에 잘 띄게 부착되어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수시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다. 또한 17개 지자체로 확산되도록, 시도립병원에서 모든 병원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8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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