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내가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고양이가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심심할 틈이 없다.

외부 활동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얻으므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내향적이라고 하면 내성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 따라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으로 나뉜다. 그러니까 나는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느낄 때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므로 내향적인 사람인 것이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는 건 가능해도, 일주일 내내 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만약 먼 훗날 유명한 사람이 돼서 내 행복과 성공의 비법을 묻는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히끄와 함께 살게 된 이후에는 더욱 내향적인 사람이 되었다. 집에서 히끄만 보고 있어도 온종일 심심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자발적 내향인’이 된 셈이다. 내가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히끄가 마당 산책하러 나가자며 하루에 몇 번씩 보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인도어 고양이’(Indoor Cat)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 히끄는 아웃도어 고양이이고, 내가 ‘인도어 인간’처럼 느껴진다. 특히, 칼럼을 쓸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주제가 정해지면 온종일 집에서 글을 쓴다. 나는 글을 쓸 때 산만한 편이라서 몇 문장 쓰고 잠자는 히끄를 쓰다듬다가, 또 몇 문장 쓰고 히끄와 놀아주고, 이런 식이다. 히끄 덕분에 자세를 바꾸고, 기지개도 켜면서 스트레칭을 하게 되니깐 이런 효자가 없다.

이렇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이 편하고 안락한 공간이 되었다. 카페에 온 것처럼 언제든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는 커피머신이 있고, 식당에 온 것처럼 하루에 한 끼는 꼭 집에서 만들어서 먹기 때문에 기본 재료를 항상 준비해둔다. 어질러지기 전에 미리 정리하고, 집안 청결에 시간을 많이 쓴다.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는 공간이니깐 항상 쾌적해야 한다. 내가 돈을 버는 궁극적인 목적 또한 여름에는 시원하게 지내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냉방비와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아깝지 않다.

최근 서울 한강에 가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아주 많았는데, 텐트를 치고 누워있으니 혼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도로가 옆에 있고 드넓은 야외공간이라서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음이 적었다. 놀다가 배가 고프면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라면을 끓여와 먹었다. 보호자와 함께 나와서 행복해 보이는 개를 보니, 나도 여기에 히끄가 있으면 정말 천국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비행기를 타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상도 사랑한다. 내가 집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일상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 집에, 내 옆에 히끄가 있기 때문인 것이 분명하다.

 

‘사람과 동물을 잇다, 동물전문 매체 ‘애니멀피플’ 바로가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동물 #고양이 #반려동물 #행복 #히끄 #반려묘 #내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