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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열사병으로 순직한 병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인은 무관심”이었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 Mihee Kim
  • 입력 2021.07.25 21:25
  • 수정 2021.07.26 01:38
강원도 고성의 GP(자료 사진).
강원도 고성의 GP(자료 사진). ⓒ뉴스1

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열사병으로 순직한 병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었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24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육군 22사단 소속 의무병 심준용 상병(순직후 일병서 상병으로 추서)의 어머니가 남긴 편지가 게재됐다.

어머니는 “아들은 지난해 12월 논산훈련소로 입소했고 의무병으로 22사단에 배치됐다. 6월 24일 코로나 1차 접종을 하고 6월 30일 GP로 올라갔다”라며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7월 1일 오전 8시 일반의무병인 아들이 수색대원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쓰고, 등에는 군장을, 앞에는 아이스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경사가 34~42도인 가파른 산길을. 혼자 걷기도 수풀이 우거진 길을 내려갔다”라며 “방탄조끼에 방탄모에 앞뒤로 둘러싸인 군장과 박스에, 몸 어디로도 열이 발산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 갔을 거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어머니는 “웬만하면 힘들단 얘기도 안하는 아인데 힘들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고, 귀대 과정 오르막에선 이상증세도 보였다”라며 “잠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작전지역이 너무 험해 헬기로 이송이 불가능해, 결국 같이 작전 중이던 대원들이 아이를 업고 머리를 보호하고 뒤에서 받치며 GP까지 왔다”라고 전했다.

당시 그가 쓰러진 시각은 오후 12시 반경이었지만,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은 의식도 호흡 맥박도 거의 없는 상태로 도착했다. 체온은 40도가 넘었고, 뇌는 주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어있었다. 병원에선 오늘을 넘기기 힘들겠다고 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원인도 모르겠고 열사병이라는데, 기저질환 없는 건장한 청년이 이렇게 급격히 나빠질 수는 없다”라며 “백신 맞은 지 일주일 밖에 안 된 아이를, GP 도착하고 24시간도 안 된 아이를, 일반의무병인 아이를 훈련도 없이 수색대원들 작전에 투입을 하고, 훈련소에서 행군해본 게 다였을 아이를 최소한의 훈련도 없이 헬기로 구조도 안 되는 지형으로 작전에 투입했다”라고 토로했다.

어머니는 “내 아이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엄마가 장관이었거나 아빠가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나 장성이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였을까?”라고 반문한 뒤 “자신의 청춘을 국가에 헌납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는 이 땅의 모든 아들들이 또 무관심에서 스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의무병이었던 고인은 지난 1일 DMZ 수색 작전 도중 쓰러져 8일 오후 사망했다. 사인이 열사병으로 추정된 가운데 군은 작전 중 순직한 고인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하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서은혜 프리랜서 에디터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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