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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는 '금지된 섬'이 있다

과장이 아니다.

카우아이섬(하와이주 Oahu섬 북서부의 화산도)의 케카하 해변에서 잘 보면 하와이 제도에 속하는 섬이 서쪽에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일반인들은 수평선 멀리 보이는 니이하우(Niihau)섬을 이렇게밖에 볼 수 없다.  

이 섬의 별명은 ‘금지된 섬’이다. 과장이 아니다.

카우아이 해변에서 본 니이하우
카우아이 해변에서 본 니이하우 ⓒyinyang

니이하우섬은 150년 넘게 한 가족이 소유해왔다. 리조트로 넘치는 카우아이섬에서 25km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바깥세상과는 벽을 쌓은 곳이다. 

섬에는 도로도 없고(흙길 뿐), 자동차도 없으며 가게도 없다. 물론 인터넷은 상상도 못 한다. 모래사장엔 인간의 발자국보다 야생의 흔적이 훨씬 더 많다. 잠꾸러기 태평양몽크바다표범이 해안에서 쉬는 모습, 텅 빈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상어의 모습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한적한 곳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섬에 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1864년에 하와이 정부로부터 니이하우섬을 산 사람이 있다. 매입자 싱클레어는 당시 섬에 살고 있던 니이하우인들에게 거주할 권리를 줬다. 그러나 외부인(다른 하와이 주민 포함)들의 출입은 금지했다.

지금도 오로지 싱클레어의 후손인 로빈스 성을 가진 사람들과 니이하우인들만 섬에 산다. 그 외에 주민의 초대를 받은 손님에게만 푸와이라는 작은 마을에 잠깐 묵을 권리가 주어진다. 

니이하우섬의 나니나 해변
니이하우섬의 나니나 해변 ⓒABRAHAM BOB

보존에 대한 약속

1864년, 하와이 왕 카메하메하 5세는 로빈슨 가의 조상 벌인 싱클레어 가족에게 니이하우를 금전 1만 달러에 판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싱클레어 가족에게 니이하우인들의 문화와 언어를 보존할 의무를 주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왕은 계약서 서명 전에 ”니이하우는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라며 ”언젠가 하와이 원주민들이 하와이에서 지금처럼 주역이 더는 아닐 때가 올 겁니다. 그때엔 당신이 그들을 꼭 도와주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그 이후부터 이 181km² 크기 섬의 소유권은 싱클레어/로빈슨 혈통을 따라 계속 내려왔다. 물론 금지령도 계속 이어졌다.

브루스 로빈슨은 2010년 ABC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왕이 부탁한 걸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우린 주민들을 위해 섬을 관리하고 있으며 초기에 하던 방식대로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 약속 덕분에 니이하우섬 주민들은 대단한 혜택을 누리게 됐다. 현대사회에서 찾기 어려운 오염되지 않은 한적한 환경 말이다.

전통 가옥 앞의 하와이 원주민들. 니이하우, 1880년 즈음
전통 가옥 앞의 하와이 원주민들. 니이하우, 1880년 즈음 ⓒTHE AUCKLAND WAR MEMORIAL MUSEUM

니이하우인들은 조상들과 큰 차이 없는 삶을 지금도 산다. 사냥과 낚시가 그들의 일상이다. 2015년쯤엔 공식 거주자 수가 약 70명으로 추정됐다. 물론 섬을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에 따라 전체 인구가 조금씩 바뀐다.   

주민들은 주로 하와이어를 쓴다. 그러나 배우고 싶다면 하나 있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면 된다. 섬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에겐 필수 교육이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없다. 걸음 외의 이동 수단은 자전거밖에 없다. 빗물 집수로 물을 충당하고 전기는 발전기로 해결한다.

모든 주민은 싱클레어/로빈슨 가문으로부터 내려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알코올과 총기는 금지다. 그 규칙을 어긴 사람은 섬에서 추방될 수 있다.

니이하우에 살던 한 주민에 의하면 니이하우 남성은 장발은 물론 귀걸이도 할 수 없다. 일요일엔 모든 주민이 교회 예배를 봐야 한다.

니이하우인 웨히 카아모아나(34)는 허프포스트에 ”그런 규칙들은 이전 세대서부터 내려오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대로 지킨다.”라고 설명했다.

또 니이하우의 모든 젊은이들에겐 노인을 부양할 의무가 있다.

카아모아나의 말이다. ”니이하우인들은 그 땅을 의지하고 산다. 그것밖에 없다.” 주민들은 때때로 로빈슨 가족 소유의 바지선을 타고 카우아이섬에 있는 시장에 다녀온다. 하지만 사냥과 낚시가 식량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노인들은 너무 늙어서 바다에서 낚시도 못하고 사냥도 못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잡은 것을 나눠주면 기뻐한다. 우린 노인들을 그렇게 보호한다. 어른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니이하우인들은 심심할 때 바다를 찾거나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한 영화를 본다. 그러나 젊은이에겐 매우 지루할 수 있는 곳이다. 20대 때 카우아이섬으로 이주한 카아모아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니이하우 섬 마을 푸와이.
니이하우 섬 마을 푸와이. ⓒGoogle Earth

니이하우인들은 섬 보존에 대해 매우 투철한 사람들이다. 2013년엔 니이하우섬 해안선을 침입한 낚시꾼들을 카메라에 찍어 당국에 고발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니이하우 방문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섬 북쪽에 있는 레후아 분화구 근처에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하면서 니이하우의 아름다운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투어는 카우아이섬에서 떠난다.

섬에 발을 디디는 게 꿈이라면 로빈슨 형제가 운영하는 헬리콥터 투어를 선택하면 된다. 반나절 투어엔 카우아이에서 니이하우까지의 헬리콥터 라이드와 조용한 니이하우 해변에서의 스노클링과 점심이 포함된다.

당일 사냥 투어도 있다. 섬의 곳곳을 체험할 기회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일인당 1,950달러).

로빈슨 형제는 투어로 번 수입을 니이하우를 위해 쓴다. 방문객들은 투어 동안 니이하우인들을 만날 수 없다. 니이하우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니이하우 원주민과 결혼한 브루스 로빈슨은 니이하우의 독특한 문화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게 자기의 임무라고 말한다.

그가 하와이 주의원들에게 2013년에 한 말이다. ”니이하우는 바깥세상에선 알 수 없는 진정한 평화와 회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서구문화는 그걸 잃은 지 오래다. 다른 섬들도 마찬가지다. 니이하우에서만 그런 체험이 가능하다.” 

현대문화에 이젠 익숙해진 카아모아나지만, 그녀도 로빈슨의 말이 옳다고 한다.

그녀는 허프포스트에 ”니이하우의 삶은 훌륭하다. 필요한 모든 게 있다... 아무 때나 바닷가에 갈 수 있고, 모래사장에는 자기 발자국밖에 없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다.”라고 말했다.

카우아이에서 본 니이하우
카우아이에서 본 니이하우 ⓒMATTHEW MICAH WRIGHT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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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하와이 #니이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