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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가 사과하자 SNS에 "#나는_샘_오취리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블랙 페이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 박수진
  • 입력 2020.08.08 11:20
  • 수정 2020.08.08 11:24
ⓒ트위터, 샘 오취리 트위터

이른바 ‘관짝 밈‘을 재현하며 얼굴에 검은 분장을 한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두고 불쾌감을 표현했던 샘 오취리가 사과했다. 오취리의 ‘블랙 페이스’ 지적이 과하다는 반응에 더해, 그가 과거 JTBC ‘비정상회담’ 방송에서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 제스쳐인 양 눈을 찢는 포즈를 했던 장면이 발굴되면서 비난 여론이 가중된 탓으로 보인다.

오취리는 7일 저녁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에서 ”제가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죄송하다”,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고,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며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한국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teakpop 해시태그가 케이팝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내용인 줄 몰랐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teakpop” 해시태그를 이용해 케이팝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내 인종차별 이슈를 알리려 한 게 아니냐는 반응에 대한 답변이다. 오취리는 마지막으로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 일들로 인해 좀 경솔했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오취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학생들이 모르고 ‘블랙 페이스‘를 할 수는 있지만 이를 옹호하기보다는 바로잡아줘야 하며, 오취리가 동양인 비하를 했다고 해서 한국인의 흑인 분장이 흑인 비하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들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논란을 차별 문화에 대한 반성 보다는 ‘한국인 대 외국인’ 구도로 이해하는 쪽에 대한 비판들이다.

특히 오취리의 사과 후 ‘인종차별을 해놓고 그 차별 대상에게서조차 사과를 받아낸다‘며 분노하는 의견들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것이 ″#나는_샘_오취리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다. 이 해시태그에는 ‘무지는 더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백인 고등학생이 눈찢고 인종차별 의도 없었다고 하면 알았다고 할 거냐‘,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다’ 등의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인스타그램 캡쳐 ⓒHuffpost KR
트위터 캡쳐
트위터 캡쳐 ⓒHuffpost KR

‘블랙 페이스’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백인 코미디 배우들이 흑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담아 백인 관객들을 위한 꽁트 연기를 한 데서 시작됐다. 이들은 노예였던 흑인들이 지저분하고, 지능이 낮으며, 도둑질을 한다는 고정관념들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 이런 역사 때문에 비흑인의 흑인 분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인종차별의 상징 중 하나가 됐고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 ‘전통놀이일 뿐‘이라는 의견과 ‘인종차별적인 전통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블랙 피트’가 대표적인 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주요 사회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태국일본 등)에서도 연예인들이 ‘블랙 페이스’ 분장을 했다가 국내외에서 역풍을 맞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외국인 시청자와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모욕감이나 불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아시아에서도 흑인 분장은 많은 경우 아프리카계를 비하하거나 이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웃음의 소재로 쓰는 데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블랙 페이스‘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자주 언급되는 코미디 꽁트 ‘시커먼스‘는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논란을 우려해 폐지됐다. ‘시커먼스‘의 주역 개그맨 이봉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2010년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이) 오니까 ‘흑인 비하가 아니겠느냐’ ‘안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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