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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패배가 확정된 직후 총으로 무장한 지지자들이 대거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 앞에 등장한 수많은 우파 극단주의자들을 보았다.

  • 허완
  • 입력 2020.11.08 19:1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규모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 위해 주 의사당 앞에 모였다. 이들 중 일부는 소총 등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규모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 위해 주 의사당 앞에 모였다. 이들 중 일부는 소총 등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Spencer Platt via Getty Images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7일(현지시각), 총으로 무장한 2000여명의 지지자들이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인 해리스버그로 몰려들었다.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느다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했지만 끝내 패배한 곳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것도 바로 펜실베이니아주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시를 비롯해 곳곳에서 바이든 당선에 환호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샴페인을 마시며 축제를 벌였지만, 이곳 주 의사당 앞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해리스버그에는 4년 동안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고 용인해 왔던, 총기를 소지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극단주의자들이 몇 시간 전부터 모여 트럼프가 정말로 패배한 게 아니라는 망상을 공유했다.

이들은 정오쯤 이곳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진보 진영의 허가된 집회를 방해하려 시도했다. 조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해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는 소식이 막 들려왔을 때였다.

 

바이든 지지자들이 계단에서 춤을 추는 동안, MAGA 쪽 사람들은 ”탈취를 멈추라!”고 소리쳤다. 우파인사들이 이번주 내내 전국에서 집회를 열어 바이든이 대규모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써왔던 구호다.

이들에게 다가가자마자 악명 높은 트롤 조나단 리 리치스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빨간색 MAGA 모자를 썼고, 인종주의 네오파시스트 폭력집단 ‘프라우드 보이스‘의 심볼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백인이어도 괜찮다”는 백인우월주의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고, 나를 촬영하더니 ‘안티파’를 규탄해보라고 요구했다.

끝내 경찰들이 와서 MAGA 쪽 사람들에게 반대편으로 장소를 옮겨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의 말을 순순히 따랐고, MAGA 깃발과 ‘얇은 파란선’ 깃발을 흔들며 자리를 떴다.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Spencer Platt via Getty Images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시위대의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났다.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시위대의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났다.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Spencer Platt via Getty Images

 

이들이 자리를 잡자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짐 뮤저 하원의원(공화당, 펜실베이니아)이 메가폰을 들고는 이 선거가 얼마나 부정하고 위법한지에 대한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파시스트들이 있었다. 왼쪽에는 반유대주의 백인우월주의 집단으로 알려진 ‘아메리카퍼스트‘의 깃발을 든 한 남자가 있었다. 오른쪽에는 검정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우리 대통령을 위해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었다.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을 이 자리에서 규탄할 수 있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했던 말에서 가져온 것이다.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트럼프 집회에 등장한 건 지난 4년 동안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이날 해리스버그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카라티를 군복 바지에 집어넣고는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은 말없이 선 채로 MAGA 집회를 지켜봤다.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머그컵에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아메리카퍼스트‘의 로고가 새겨져있었다. 이 단체의 설립자가 바로 폭력사태가 벌어졌던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우파여 단결하라’ 집회를 이끈 인물이다.

머그컵에 대해 물어보며 본인 소개를 부탁했더니 그는 나를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말았다.

또 다른 한 남성은 메가폰을 들더니 군중들을 향해 ”카일을 석방”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위스콘신에서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블랙라이브스매터’ 시위대에 총을 발사해 두 명을 숨지게 한 17세 청년 카일 리튼하우스를 지칭한 것이다.

무장한 민병대도 있었다. 그들은 방탄조끼 차림으로 소총을 들고 다녔다. 그 중 일부는 극우 무장단체 ‘쓰리챕터스’ 펜실베이니아지부 회원이었고, ‘앵그리바이킹’으로 알려진 이 분야의 인플루언서 대릴 스티븐슨의 팔로워들도 있었다.

스티븐슨은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했고, 군중들에게 연방대법원이 결국에는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을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티파와 블랙라이브스매터는 테러집단”이라고 했다.

총을 든 사람은 스티븐슨 말고도 또 있었다. 이날 하루종일 총을 소지한 트럼프 지지자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Spencer Platt via Getty Images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Spencer Platt via Getty Images

 

친트럼프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의 지지자들도 있었다. 큐어넌 뱃지를 하거나 모자, 티셔츠 차림을 한 사람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큐어넌 집단에서 도는 허무맹랑한 의혹인 ”조 바이든은 아동성애자다!”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미시간, 오리곤주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키워낸 파시스트 정치 운동의 지지자들이 여전히 트럼프에게 헌신하고 있으며, 미국은 바이든 취임 이후 오랫동안 이 ‘MAGA인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리스버그에서 해가 지고 의사당 앞에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질 때쯤, 3번가에는 MAGA 제품들로 뒤덮인 RV차량 안에 한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트럼프 집회를 돌아다니며 이 제품들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주장하는 좌파들을 해고하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기관총을 든 채 탱크 맨 꼭대기에 서있는 트럼프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가 있었다.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남성은 트럼프가 없다면 미국은 ‘글로벌리스트’들에게 넘어가서는 ”제3세계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장사가 잘 안 될까봐 걱정되지는 않느냐고 묻자, 그는 딱 한 마디로 답했다. ”아뇨.” 

 

* 허프포스트US의 After Trump’s Defeat, His Supporters Held A Heavily Armed Pity Part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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