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글 의사’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한글 의사는 영어로 써진 어려운 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이로서 ‘글 읽는 속도를 높여주겠다’라는 포부를 가진 인물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정보에 소외되는 국민 없이 모두가 함께 소통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몸소 만들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정확히 한글을 창제하게 된 연유도 쓰여 있다. 언해본의 서문이자, 유명 구절이기도 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는 우리의 말이 중국과는 달라서 한문으로는 뜻이 통하지 않았기에 새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한글은 소통이라는 뼈대 위에 세워졌다. 덕분에 문자로 뭐든지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자유를 얻었고,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적은 나라가 됐다.
한글의 우수성이야 말하기도 입 아프다. 한글을 잘못 사용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일례로 글로벌 숙박 공유 업체에 쓴 한국인의 숙박 후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후기 속 맞춤법이 매우 엉망인데, 솔직한 숙소 사정을 알리고 싶던 누군가가 번역기를 사용하는 숙소 주인을 속이기 위한 방편으로 탄생했다. 이는 한글이 과학적인 표기법이기에 가능했다.
‘한꾹인뜰만 알아뽈쑤 있께 짝썽하껬씁니따’
발성 기관을 본 떠 만든 글자인 한글은 설사 맞춤법이 틀렸더라도 소리 나는 대로 쓰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ㄴ, ㄷ, ㅌ’은 소리 나는 위치가 같고, 글자의 형태도 유사하다. ‘ㄴ’을 써야 하는 자리에 ‘ㄷ’을 써도 단어나 전체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쉽게는 된소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종종 외래어 표기법에서 무시되거나 외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된소리가 모국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들만의 기호가 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끼리는 ‘소통’의 최강자가 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방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외래어로 소통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외래어는 나빠’, ‘무조건 한글만 써야 해’라고 외치는 건 요즘 같은 세상의 어불성설이다. 다만 외국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경제 용어나 마케팅, 홍보 등을 위해 새로이 만들어진 단어들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사람 간의 소통을 막는 것이 문제다.
언택트(untact) 같은 용어가 대표적이다. 접촉하다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어인 언(un)을 합성해 만들어진 용어로 우리말로는 ‘비대면’이다. 언택트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소통’이라지만, 해당 용어를 모르는 이들과는 일단 소통 자체가 불가하다는 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미디어나 출판계 등은 분별없이 단어를 사용했고, 새로운 단어는 힘을 얻고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이러한 외래어가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할 필요성이 재기 됐다. 연령과 계층 간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외래어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이에 훈민정음의 보급에 앞장섰던 15세기 집현전 학자들처럼 순화어 보급에 앞장서는 이들이 생겨났다. 바로 ‘새말모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국어원과 함께 지난 2019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국어가 퍼지기 전에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만드는 게 주요 업무다. 구성원에는 국어 전문가를 비롯해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언론계 인사뿐만 아니라 금융과 생명과학, 정보통신 등 외래용어 유입이 잦은 분야의 종사자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한 달에 2~3회씩 누리소통망(SNS)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현재까지 124개의 대체어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