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20일 12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20일 12시 23분 KST

[한글 의사] 로푸드 대신 '저자극식'

글 읽는 속도를 1초로 줄여주는 한글 의사 시리즈 5편

<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글 의사’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한글 의사는 영어로 써진 어려운 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이로서 ‘글 읽는 속도를 1초로 줄여주겠다’라는 포부를 가진 인물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정보에 소외되는 국민 없이 모두가 함께 소통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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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바닷가에서 했던 다짐은 ‘체중 감량‘이었다. 그 다짐만 올해로 4년째. 작년에는 직장인 검진 결과 최초로 과체중이 나오는 바람에 바짝 노력한 적도 있으나 다시 바닷가로 돌아가자는 올여름도 역시나였다. 고백하자면 한글 의사는 아주 오래전, 헬스 관련 잡지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막내였던지라 일을 배우기 위해 출간되었던 약 70권의 잡지를 읽게 됐다. 실제로 ‘몸’도 유행을 타서 복근과 허벅지뒷근육 운동법이 사랑을 받는가 하면 크로스핏과 같은 새로운 운동법이 소개되던 시기였다. 체중 감량법도 진일보하며 예쁜 몸에 대한 기준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는데, 어떤 몸이건 체중 감량 성공자에겐 공통된 ‘비결’이 있었다. 

누군가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아니냐고 하겠지만 통독의 결과 체중 감량의 9할은 ‘식습관‘이었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면 100% 식습관 때문이다. 언제 먹는지가 중요하고, 또 무엇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가 체중 감량의 관건이 된다. 이렇게 썰을 장황하게 풀면 발행인께서 ‘인마 네가 뭘 얼마나 했다고’라고 할 것 같지만 (한 번만 봐주세요) 원래 발만 담근 사람들이 입만 살아 있지 않은가.

tvN 유튜브 '숲속의 작은집' 소지섭의 스테이크 굽고 먹는 ASMR 편(위), 유튜브 '성훈의 데이투' 배우신 분들의 소고기 10kg 먹방 ASMR 편 (아래) 캡처
손바닥만한 소고기 한 덩어리를 먹던 배우 소지섭에게 무한 존경심이 들었던 tvN 예능 '숲속의 작은집'(위)과 개인 유튜브를 통해 소고기 먹방을 선보인 배우 성훈의 모습(아래). 성훈의 영상 조회수는 약 60만에 육박하고 그의 최고 인기 영상이기도 하다.

과거 원시인이 먹었던 식사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구석기 식단이 등장했고 이는 황제 다이어트와 연결이 된다. 전체 식사량 중에 탄수화물의 비율은 줄이고 지방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고기 등 붉은 지방을 섭취하는 거다. 실제로 효과가 좋기 때문에 약 20년 전부터 몸 만드는 남자 연예인들이 애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탄수화물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지루한지 그 맛있는 고기도 질깃질깃하게 느껴질 때가 올 수밖에 없다. 혼자서 소고기 한 덩어리를 저녁으로 구워 먹으며 ‘맛있어요’라고 말하는 모 연예인에게서 비애가 느껴지는 건 자기관리란 명목하에 미각을 잃어버린 한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의 핵심은 습관적으로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그것이 한 가지 음식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가장 큰 폐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간헐적 단식법이다. 개그맨 유민상이 남긴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 는 어록처럼 보통 사람이 이미 알던 맛을 끊고 살긴 쉽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뭐든지 가리지 않고 먹되 단식 시간을 갖는 거다. 하지만 이 방법도 종류를 가리지 말라는 거지 주야장천 먹으란 얘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담이 난무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160회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 아는 맛 특집 예고편 캡처
"먹어 봤자 내가 아는 그 맛이다"는 가수 옥주현의 어록에 대항하는 이십끼 형, 개그맨 유민상의 맛 어록,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 이후에는 로푸드가 등장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로푸드를 로우(raw)와 로(low), 둘 중에 어떤 것으로 볼지의 문제다. 로우푸드(raw food)는 생식 주의를 뜻하는 말로 불이나 열에 데우지 않는 날로 먹는 식이요법을 뜻한다. 로푸드(low food)는 필수 영양 성분은 함유하면서도 나트륨이나 당, 지방 등의 함량을 줄인 식품을 말한다. 우리말로 ‘저자극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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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식사라 이름 붙여진 ‘부다 보울(Buddha bowls)’이 발리 등의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유럽 등으로 번져갔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사로 유명했으나 저염식, 건강식으로 보통 사람들도 즐기는 식사. 우리나라로 치면 사찰 음식 정도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러한 혼선이 생긴 원인은 한 가지다. ‘쉽고 빠르게’ 살을 빼고 싶은 (나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전 세계 체중 감량 시장 규모가 600조 원, 우리나라는 2조 원대에 달한다. 사실 ‘체중 감량’에는 왕도가 없다. 새로운 방법이라고 소개되는 것 중에서 그 어떤 것도 아주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러니 새로운 것처럼 포장한 체중 감량 방법이 난무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온 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앳킨스니 키토제닉이니, 덴마크, 디톡스까지 처음 들었을 땐 해석도 안 되는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직 번역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LauriPatterson(왼), d3sign(오른) via Getty Images
저염, 저당, 저지방 등 생활 속에서 실천가능한 저자극식

똑같은 줄 알면서도 당하는 것은 재미없지 않은가? 로푸드 대신 직관적인 ‘저작극식’이라는 말을 써보자. 쉽게 이해되는 만큼 실행력 또한 강해질 수 있다. ”나 요즘 로푸드 체중 감량해”라고 말하며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방법이 아니라 저염, 저당, 저지방 등 식단 자체를 담백하고 건강하게 유지한다면 저자극식에 지속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쉽고 빠르게 살 빼는 방법은 없고, 체중 감량의 핵심은 ‘건강’에 있다는 점만 되새기면 된다. 물론 4년째 지지부진한 사람의 얘기라서 못 미덥다는 분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글 의사 여기서 선언한다. 저자극식을 수행해 올 건강검진에서는 당당히 건강을 되찾겠다고 말이다! 힘든 시기지만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길 바란다. 이 어려움이 지나가고 난 뒤의 삶에 원동력을 갖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