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5월 25일 16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6월 16일 11시 29분 KST

[한글 의사] 다크 넛지 말고 '함정 상술'

글 읽는 속도를 1초로 줄여주는 한글 의사 시리즈 1편

<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글 의사’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한글 의사는 영어로 써진 어려운 경제 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이로서 ‘글 읽는 속도를 1초로 줄여주겠다’는 포부를 가진 인물입니다. 2020년 12월까지 총 12회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며, 어려운 용어 때문에 정보에 소외되는 국민 없이 모두가 함께 소통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크 넛지 말고 ‘함정 상술’

새로 나온 견과류 종류로 오해

영어로 써두면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 많아

 

오랜만에 만난 지기가 ‘다크 넛지’를 주의하라고 했다. 새로운 종류의 땅콩이 나왔구나 싶어 얼마나 맛이 있으면 주의할 정도냐 물었다. 친구의 비웃음이 날아왔다. 명색이 한글 의사로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다크 넛지가 대체 뭔데?’

작은 봉지에 담긴 견과류를 ‘넛츠‘라 부르는가 하면, 견과류의 한 종류인 캐슈넛에도 ‘넛’이 들어간다. 누군가 ‘다크 넛지’가 무어냐 묻는다면, 아는 배경지식을 동원해 이런 식으로밖에 유추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넛지’라고 했을 때 땅콩이 생각나는 것 나뿐인가?

Robert R Grove via Getty Images
"다크 넛지가 땅콩이 아니라고요?"

물론 ‘넛지‘라는 책을 알긴 안다. 노란색 표지에 크게 ‘넛지Nudge’라고 적혀 있던 걸 서점에서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읽지는 않았다. 한글 의사는 불행히도 경제학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신문을 통해 ‘넛지’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보기도 했지만 ‘견과류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구나’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이번에 제대로 찾아보니 넛지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며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파생된 용어인데, ‘사람의 행동을 좋은 쪽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강요나 인센티브 없이 부드러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강요나 인센티브 없이 현명한 선택을 끌어내는 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0274.html#csidx0ad810f23a11c7b9c1b4ff3ade6de31 [한글 의사] 다크 넛지 말고 '함정
강요나 인센티브 없이 현명한 선택을 끌어내는 힘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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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0274.html#csidxedce07b7d9c6f45875d3c3c188e2cf3 [한글 의사] 다크 넛지 말고 '함정
강요나 인센티브 없이 현명한 선택을 끌어내는 힘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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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나 인센티브 없이 현명한 선택을 끌어내는 힘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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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0274.html#csidxedce07b7d9c6f45875d3c3c188e2cf3 [한글 의사] 다크 넛지 말고 '함정
2018 경기도 공공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세상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주제로 ‘넛지(nudge)’ 이론을 활용한 129개 작품이 출품됐으며, 대상을 받은 조하진, 김현아 씨의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수영장’
국제야생동물기금 WWF
넛지 디자인을 활용해 화장지 절약을 유도하는 국제야생동물기금의 화장지 용기

이제 유추가 조금 가능하겠지만, 다크 넛지는 어둠을 뜻하는 다크(Dark)에 넛지(Nudge)가 결합된 합성어다. 이미 좋지 않은 기운이 단어에서 느껴진다. 다크 넛지는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기업의 상술’을 가리킨다.

우리말로 아주 간단히 ‘함정 상술’이다. 한데, 땅콩만 아는 사람은 상술에 걸려들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다크 넛지라고만 부른다. 요새 신문이며 방송에서도 ‘다크 넛지 주의보’라고 하는데, 조심하기는 커녕 속아 넘어가서 쌈짓돈을 훌훌훌 풀어내도 지금 이게 상술에 빠진 것인지 땅콩을 주워 먹고 있는지 아마 알아채지도 못할 테다.

연합 뉴스(위), MBC (아래) 캡처 화면
함정 상술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영상 기사와 방송

가령 처음에 광고한 것과 다르게 비용을 요구하거나 소비자에게 특별한 고지 없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방식이 모두 함정 상술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활동량이 많아지다 보니 피해가 더 크다고 한다.

유독 함정 상술이 많이 발생하는 분야가 ‘음원사이트‘다. 한국 소비자원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 된 ‘디지털 음원 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 886건을 분석했는데, ‘할인 행사 후 이용권 자동 결제’를 포함해 요금 관련 불만이 51.3%로 가장 많았다.

또한 가입은 모바일로 간편하게 할 수 있지만, 탈퇴는 PC로만 할 수 있으며 해지 절차 또한 6~7단계로 까다롭게 만들어놓는 것도 마찬가지. 처음 고지된 숙박 가격과 최종 가격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숙박 예약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도 함정 상술을 숨겨둔 예다.

함정 상술의 예시(에어비앤비, 네이버 캡처)
22,000원이었던 숙소비가 결제창에서는 51,988원으로 바뀌어 있다(왼쪽), 음원 사이트의 해지를 검색하면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수백 개가 나온다(오른쪽)

더군다나 이런 비용은 커피 한 두잔 값에 불과하니 소비자 역시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점을 노린 측면도 있다. 불필요한 지출인데 귀찮기도 하고 워낙 소액이다 보니 불만 제기하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Wachiwit via Getty Images

그런데 이런 속상한 것을 다크 넛지니, 뭐니 어려운 말로 해두면 이거 뭐 말 알아듣는 똑똑쟁이들만 취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간편하게 ″요새 온라인에서 ‘함정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니 주의하세요~”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 들을텐데 말이다. 우선 방송과 언론에서 다크 넛지 말고 ‘함정 상술’이 성행이라고 바꿔 써야 한다. 그 다크 넛지인가 무엇인가 다람쥐도 안 먹을 아주 고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