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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인권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차라리 악수를 금지하라

ⓒ한겨레21
ⓒhuffpost

슬픈 일이다. 대만 동성혼 법제화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2016년 12월26일 대만 의회는 동성도 부부가 될 수 있도록 법적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혼은 남녀 간에 이뤄진다”는 기존 조항은 유지하고 “동성혼인은 쌍방 당사자로 말미암아 이뤄진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것은 곧 대만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2017년 5월 대만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2년 안에 동성혼을 법제화하라고 판결했다.

좌절된 대만 ‘동성혼 법제화’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지난 11월24일 대만에선 결혼을 ‘결혼은 남녀 간에 이뤄진다’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가 있었다. 많은 대만인이 결국 동성혼 법제화 반대를 선택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동성혼 법제화 여부를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참고를 목적으로 시행한 국민투표다. 문제는 남아 있다. 다수 여론을 확인한 의원들이 과연 동성혼 법제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게 될까? 나는 이 투표 결과 앞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싶다. 하지만 대만 동성혼 법제화로 가는 항해에는 생각보다 더 강한 암초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국민투표로 동성혼 법제화를 이뤄낸 국가도 있다. 아일랜드다. 가톨릭의 영향이 크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이 섬나라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로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공개적으로 게이임을 커밍아웃한 아일랜드 노동당 의원 존 라이언스는 “이번 투표 결과는 현대적인 아일랜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절대 유권자들의 생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피어오른다. 소수자 인권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민의에 기대기 위해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의견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일 수 있다. 좀 강하게 말하자면 포퓰리즘 독재에 가까울 것이다. 같은 의미로, 나는 모든 것을 ‘민의’ 혹은 ‘여론’에 따르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 정책에 대한 찬반을 지나치게 자주 묻는 정치인도 신뢰할 수 없다. 민의와 여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은 때로 정당하지 않은 민의와 여론을 포섭하고 설득하고 바꾸어 민주주의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다.

인권은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아일랜드가 아니다. 아일랜드 국민의 동성혼에 대한 생각은 오랫동안 권리를 위해 투쟁한 운동가와 정치인에 의해 변해왔다. 그것이 투표로 근사하게 드러난 거다. 우리는 대만에 더 가까운 국가다. 대만은 우리다. 우리는 광장에 모여 표를 던진 정치인들을 향해 부르짖어야 한다. 인권은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믿는 분이 있다면? 내가 보기엔 국민투표로 당장 결정해야 할 더 중요한 사안이 하나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손 씻는 일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다가 화장실에 갔다왔는데, 손을 씻지 않는 두 남자를 보았다. 얼마나 많은 남성이 화장실에서 손을 안 씻는지 알게 된다면 당신은 ‘악수’라는 행위를 당장 금지해야 마땅하다고 확신할 것이다.

* 한겨레21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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