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날인 31일 ‘핼러윈/할로윈 데이‘를 맞은 부산 서면 일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역대급’ 규모의 인파가 몰렸다.
서면의 클럽과 감성주점 15곳이 자진 휴업에 들어갔지만 헌팅포차 등으로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로 인해 ‘풍선효과’가 결국 나타났다.
자정이 넘어가자 무질서한 장면이 속출했다.
이날 오후 10시 20~30대가 자주 찾는 부산진구 서면 길거리에는 호박 가면과 박쥐 등 핼러윈 콘셉트로 잔뜩 치장한 주점들이 넘쳐나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한꺼번에 몰려온 핼러윈객들이 길을 막으면서 119소방차, 택시, 배달 오토바이가 정체를 겪기도 했다.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에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노마스크족’도 쉽게 눈에 띄었다. 술집에서 나온 흡연자들은 길거리에 침을 뱉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무질서하게 버려진 담배꽁초는 길바닥을 뒤덮었다.
광고지를 나눠주고 있던 A씨는 ”핼러윈 데이 때문인지 어제와 오늘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자칫 코로나 방역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핼러윈을 즐길 수 있는 옷과 분장 용품이 마련된 셀피스튜디오에는 여러 대기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사진관 내부에는 마스크를 벗은 채 서로 사진을 찍기에만 바쁜 손님들로 가득 찼다.
스파이더맨, 할리퀸, 베놈 등 할리우드 캐릭터로 분장한 일부 핼러윈객들은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다른 캐릭터를 볼 때마다 서로 자신만의 제스처를 취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옷을 벗은 채 윗몸 일으키기 이벤트를 진행한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이를 보기 위한 다수의 시민이 우르르 몰렸으며, 일부는 악수를 청하고 ”너무 멋있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야간 거리가 잠잠해진 지 오래된 탓에 주점 직원들은 오랜만에 한꺼번에 들이닥친 손님들로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도 무시한 채 마스크를 집어 던지는 일부 ‘진상 손님’들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한 주점 직원 B씨는 ”서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며 ”술을 마시는 곳이라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손님들이 있다. 일일이 QR체크 하기 어려워 손등에 인증 도장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가 대규모 핼러윈 파티나 행사를 삼가 달라는 권고를 내놓으면서 대부분 주점은 핼러윈 이벤트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몇몇 업소에서는 핼러윈 이벤트를 열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맥주펍 직원 C씨는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이벤트와 사탕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손 소독제, 발열 체크 등 방역수칙은 제대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모두 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 감염 확산세가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다. 하지만 시 방역당국은 이번 핼러윈데이가 지역 감염 확산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