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청 도로과 권오현 주무관이 공무원 신분에도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을 밝혔다.
길게 기른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 머리띠에다가 뒷머리를 묶은 상태인 꽁지머리를 하고 일하다보니 ”공무원이 이래도 되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권 주무관이 머리를 기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 환아들에게 가발을 후원하는 ‘어머나(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주위의 시선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어린 아이들이라 가발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다. 수백만원까지도 가는 가발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기부된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제작해 이들에게 무료로 지원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권 주무관처럼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해도 되고 자연스럽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았다가 이 운동을 주관하는 단체에 보내면 된다. 단, 머리카락 길이가 최소 25㎝ 이상 되어야 한다.
권 주무관은 ”간암이 재발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려 지난해 초 휴직을 했고 몇 달을 병원을 오가던 중 병원 내 소아암병동에서 이 운동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무렵 간이식 말고는 낫기 어려울 것이라던 권 주무관의 아버지도 받고 있던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간이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권 주무관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그때 부터다.
그러나 이러한 결심은 같은 시청 공무원인 아내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권 주무관은 ”아내가 해당 운동단체에 금전으로 후원할테니 남 보기도 그렇고 머리를 기르지 말라고 설득해왔다. 하지만 돈으로 하는 후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아내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복직한 그는 머리카락 길이가 25㎝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쯤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할 생각이다.
권 주무관은 현재 마스크 스트랩 나눔활동도 하고 있다. 휴직 상태이던 6개월 전부터 소일 삼아 고무줄 공예를 시작했고 처음에는 반지, 팔찌를 만들어 주위에 선물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좀 더 쓸모 있는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후 줄곧 마스크 스트랩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김해시의 한 관계자는 ”꽁지머리 권 주무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배려와 나눔의 마음이 시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