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12일 11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7월 12일 11시 01분 KST

[하하호] 포모증후군 대신 ‘소외 불안 증후군’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하하호 시리즈 5편

<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하하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하하호’는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소통 특급 번역기’입니다. 새로운 신조어나 외래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막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애가 없어도 괜찮아

하지만 나만 ‘아파트’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냐고? 그건 아니다. 6 정도 가져봐야 10을 탐낼 수 있다고, 1밖에 없는 자는 10을 못 가졌다고 우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친구들이 ‘아파트‘를 사들이기 시작하자 불쑥 이러다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뉴스1
2021년 7월 4일 서울 시내 모습

4살 위의 혈육이자 새언니의 남편이 집을 산다고 했을 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새언니의 판단이 옳았고, 더 빨리 샀어야 했는데 그동안 대출을 피하고자 했던 혈육의 마음을 돌린 언니의 설득력과 결단에 손뼉을 쳤다.

다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친구들이 집을 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상하게 혈육이 집을 샀을 때와는 달랐다. 결혼한 친구의 대부분이 지난해 집을 구매했고, 서울 내 청약에 당첨된 친구도 있었다. 물론 미혼인 친구 중에서는 없다. 그러나 이제 혼자 사는 친구보다 남편과 사는 친구들이 많은 게 30대 중반 아닌가.

지금까지 나만 없던 것은 ‘고양이‘뿐이라고 생각했건만, ‘아파트‘가 없다는 생각에 소외감이 솟아났다. 막연하게 45세쯤 되면 ‘아파트’가 있겠지라는 허황된 꿈을 꾸었던 것을 맘속 깊이 반성했다. 45세쯤 되면 서울 평균 아파 값이 20억은 넘을 테니까.

Prasert Krainukul via Getty Images
문을 열고 있는 모습

이제껏 남편도 아이도 결혼도 ‘자유‘라는 가치 앞에서 뒷순위로 밀려났건만, 아파트 때문에 초조함마저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기겁을 했을 ‘선’ 얘기에 혹했을 정도였다. 할머니는 ”웬일로 싫다는 말을 안 하냐”라며 ”이제 결혼할 마음이 좀 생겼구나”라고 반기었지만 그게 아니라 두 사람이라면 은행 님께서 더 많이 빌려주겠지, 신혼 특공의 특혜를 받을 수 있겠지라는 지극히 속물적인 생각에서였다. 물론 선 자리엔 나가지 않았다. 대신 주식을 시작했다. 독자적으로 ‘아파트’를 구할 방법은 모조리 다 해보자라는 생각에서였다.

CreativaStudio via Getty Images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 구매율이 상승하면서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Per Magnus Persson via Getty Images/Johner RF
식물을 활용한 꾸미기가 최근 유행중이다.

이런 마음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친구는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의 전형적 증상이라고 진단명을 내려주었다. 포모증후군이란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으로 ‘피어 오브 미싱 아웃(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란다. 그리고 지난 해에 특히 이 포모증후군에 시달린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나만 없어 아파트, 나만 없어 삼성전자, 또 나만 없어 비트코인 등 ‘나만 뒤처질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매수와 매도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채로 주식에 뛰어든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아파트를 지금 사지 못 하면 앞으로도 영영 사지 못할 것 같은 공포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한 이들이 있었으며, 반대로 부동산으로는 돈을 벌지 못했으니 주식으로라도 만회하자는 이들이 있었다. 이것 모두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또래에서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이 발현시킨 행위였다.

syahrir maulana via Getty Images/iStockphoto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뉴스1
2021년 4월 20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7일 이후 13일 만에 7,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포모 증후군은 우리 말로 ‘소외 불안 증후군‘이다. ‘소외 불안 증후군‘이라고 하니 무슨 이야기인지 확실히 다가왔다. 평소 ‘아파트’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나아갈 수 없을까 두려워 한동안 부동산 검색을 매일같이 했던 자신이 보였다.

확실히 포모 증후군일 때보다 ‘소외 불안 증후군’이라고 명명하니 그동안의 상태가 명료해진 것은 물론 욕망의 실마리를 깨닫게 됐다. 단어에는 상태의 본질이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포모 증후군이란 어려운 외래어 대신 더욱 이해하기 쉬운 ‘소외 불안 증후군’이라고 말해보자. 포모 증후군이 무엇인지 몰라서 또 소외감을 느낄 일은 없을 테니.

’포모증후군‘소외 불안 증후군’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