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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호] 다크 스토어 대신 ‘배송 전용 매장’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하하호 시리즈 13편

  • Hyewon Hwang
  • 입력 2021.10.18 09:00
  • 수정 2021.10.18 10:01

<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하하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하하호’는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소통 특급 번역기’입니다. 새로운 신조어나 외래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막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난 여름이면 그 빙수를 6개씩 냉장고에 꽉꽉 채워 놔.”

서울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줄 서서 먹어야 했던 모 백화점의 빙수를 원할 때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서다. 직접 가서 기다리지 않고도 무엇이든 해준다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마음껏 빙수를 시켜 먹을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빙수
빙수 ⓒKittiya Puraduk / EyeEm via Getty Images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곳곳의 맛집들을 집 안에서 섭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더 나아가 그 소망은 단순 음식점 배달을 넘어서 필요한 물품을 오늘 안으로, 내일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나아갔으며, 1시간 안에 집 앞으로 대령해준다는 서비스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격전의 유통 경쟁은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심화하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일 때 코로나 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은 집 문을 더욱 단단히 걸어잠궜다. 웬만하면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장보는 일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변화는 상권의 온라인화를 끌어냈고, 지금 당장 필요한 식료품 또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7월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쿠팡의 마트 배달 오토바이들.
7월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쿠팡의 마트 배달 오토바이들. ⓒ뉴스1

이런 상황을 일컬어 일명 ‘불 꺼진 슈퍼마켓’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비대면 구매가 활성화되자 현실 속 시장은 점점 매출이 주는 데 반해 온라인 속 가상 시장은 매출이 증가하는 역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탄생한 게 바로 다크 스토어(Dark Store)다. 다크 스토어는 불 꺼진 슈퍼마켓에서 유래한 용어로 알려져 있는데, 온라인 주문처리를 위한 도심 속 작은 물류 센터를 뜻한다. 

식료품 및 소매 품목이 선반 위에 진열돼 있으나 소비자가 들어갈 수 없는 상점이라 하여 다크 스토어라 이름 붙었다.
식료품 및 소매 품목이 선반 위에 진열돼 있으나 소비자가 들어갈 수 없는 상점이라 하여 다크 스토어라 이름 붙었다. ⓒAlex Ortega / EyeEm via Getty Images
2019년 8월 19일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홈플러스 원천점
2019년 8월 19일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홈플러스 원천점 ⓒ뉴스1

손님은 받지 않고 상품만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오면 배송해주는 곳이기에 상점 내부에는 식료품을 비롯해 소매 품목이 선반 위에 진열돼 있으나 소비자가 들어갈 수 없는 상점이라는 의미로 다크 스토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 배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또한 소량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로 ‘B마트’라는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 곳곳에 이 다크 스토어를 30개 이상 세우기도 했다. 다크 스토어가 있는 일정 지역에서만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어두운 매장이 자신이 사는 지역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18년 3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헤이워드 지역에 선적 준비를 한 다크 스토어 창고 내부의 모습.
2018년 3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헤이워드 지역에 선적 준비를 한 다크 스토어 창고 내부의 모습. ⓒSan Francisco Chronicle/Hearst Newspapers via Getty Images via Getty Images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다크 스토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배송 전용 매장’을 선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다크 스토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배송 전용 매장’을 선정했다. ⓒ뉴스1/롯데쇼핑 제공

다만, 최근 유통 업계의 새로운 변화에 따라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붙여진 용어이지만, 대부분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 탓에 뉴스나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불통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다크 스토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배송 전용 매장’을 선정했다. 다크 스토어처럼 어려운 용어로 인해 정보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는 목표로 다듬어진 말이다. 다크 스토어라고 썼을 때는 짐작할 수 없었던 단어의 뜻이 배송 전용 매장이라고 쓰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유추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정보를 접하고 급변하는 시장에서 모든 국민이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크 스토어’ →  ‘배송 전용 매장’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빠른 시간 안에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소규모 물류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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