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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호] 비치코밍 대신 ‘해변 정화’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하하호 시리즈 11편

<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하하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하하호’는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소통 특급 번역기’입니다. 새로운 신조어나 외래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막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귀의 뱃속에서는 빵을 담았던 플라스틱이 나왔다. 얼마 전 해양쓰레기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서였다. 수산시장 상인들은 누구보다 바다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었다. 생선의 겉모습만 보고도 어떤 상태인지 금방 알아챘다. 아귀의 배를 조몰락거리던 상인은 뱃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냐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분명 플라스틱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지금 바다는' 중에서
'지금 바다는' 중에서 ⓒKBS1TV 환경스페셜

해양쓰레기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다. 대기-수질-토양 오염처럼 직접적으로 인간이 피해를 보지 않는 탓인지 해양 오염에는 좀처럼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를 비롯해 전 세계 바다 5곳에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만들어졌다. 섬 하나의 크기가 한반도의 크기를 10배 넘은 지 오래다.

그린란드 디스코베이 근처에 모여있는 쓰레기
그린란드 디스코베이 근처에 모여있는 쓰레기 ⓒArterra via Getty Images

다만 이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서였다. 쓰나미로 인해 바다로 떠밀려간 쓰레기들이 2년 뒤인 2013년에 북미로 밀려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예측은 너무나 쉽게 빗나갔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일본의 쓰레기들이 캐나다와 미국 해안가에 나타났다. 이는 해양 문제가 특정 지역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했던 해양쓰레기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돌아왔다. 잘게 분해된 플라스틱이 해산물에 축적되고 이를 먹은 인간의 세포까지 스며들어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특히나 홍합과 굴, 조개류 등이 미세 플라스틱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다는 점, 아시아 해역에서 플라스틱 오염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안전국가는 아니란 거다.

바다의 얼음 덩어리 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의 조각들. 
바다의 얼음 덩어리 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의 조각들.  ⓒPhotography René Bosch via Getty Images

실은 문제란,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눈에 띌 정도로 자주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면 이제 과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을 중심으로도 경각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바다는 이제 물 반 쓰레기 반”

해양쓰레기 문제

이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

한 달 전쯤 ‘매니지먼트 숲’의 유튜브 채널에는 배우 공효진과 전혜진-이천희 부부의 1박 2일 캠핑 영상이 공개됐다. 공효진은 2010년에 ‘공책’이란 책을 쓰면서 환경에 관한 남다른 관심을 표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지구 환경을 위해 사소한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일상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고 설파하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공효진의 생각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집에서도 천연 수세미와 고체형 비누로 설거지를 하는가 하면, 세 사람은 저녁으로 회와 매운탕을 먹기 위해 그릇을 챙겨 횟집을 다녀온다. 캠핑하는 동안 쓸모없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하기도 했다.

해변 정화 작업 중인 모습
해변 정화 작업 중인 모습 ⓒKlaus Vedfelt via Getty Images
해안가로 밀려온 쓰레기들.
해안가로 밀려온 쓰레기들. ⓒFranz Aberham via Getty Images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이들이 실천한 것은 독특하게도 ‘비치코밍(Beachcombing)‘이었다.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이 합해진 말로 바닷가로 떠밀려 온 표류물, 쓰레기 등을 거두어 모으는 행위를 빗질에 비유하여 생겨난 말이다. 쉽게 말해 청소 작업을 뜻한다.

공효진은 전날 횟집 가는 길에 해변에 쌓여있는 그물과 플라스틱을 보면서 비치코밍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는 해변은 모래를 들출 때마다 폭죽과 플라스틱 물병, 빨대, 어망, 밧줄들이 줄줄이 꿰어 올라왔다. 1시간 동안 세 사람은 말없이 쓰레기를 주웠는데도 끝이 없이 달려 올라왔다.

공효진은 ”고생은 되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그 마음으로 사람이 순화되는 것 같다”라며 ”나에게 만족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나와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쓰레기를 가지고 가자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왔었던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EP. 2 캠핑카에서 먹고 자고 1박 2일, 그리고 비치코밍' 중에서
'EP. 2 캠핑카에서 먹고 자고 1박 2일, 그리고 비치코밍' 중에서 ⓒ유튜브 '매니지먼트 숲'

그는 덧붙여 ”이 시대의 엄마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며 ”우리 아이들은 날 때부터 필요 없는 걸 안 쓰는 공부를 하고 습관화 되어야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다큐멘터리에서 생선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제가 좀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 세대는 환갑이 넘어서 괜찮지만, 자식과 손주들은 어떻게 하냐. 바다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이미 상황은 심각하다”라며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비치코밍 활동에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명칭을 좀 더 순화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7월 ‘비치코밍’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해변 정화’를 선정했다. 비치코밍처럼 어려운 용어 때문에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의미에서다.

비치코밍을 모르는 이들은 있어도 ‘우리 이번 휴가 때 해변 정화 활동에 동참해보자’라고 말하면 쉽게 유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 쉽고 설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이들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치코밍처럼 어려운 외래어 대신 ‘해변 정화’를 써보는 것. 이것부터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비치코밍’ →  ‘해변 정화’

 바닷가로 떠밀려 온 표류물, 쓰레기 등을 거두어 모으는 행위를 빗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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