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9월 13일 18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9월 13일 18시 18분 KST

[하하호] 데스크테리어 대신 ‘책상 꾸미기’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하하호 시리즈 10편

<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하하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하하호’는 어떤 외래어든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소통 특급 번역기’입니다. 새로운 신조어나 외래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막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목을 집어 넣으려 해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건 뭐 거북이라고 치면 먹이를 먹기 직전의 상황까지 목을 쭉 빼고 나온 느낌이다. 하루에 8시간씩 모니터를 보며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사무직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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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목이거나 거북목이 될 예정이거나, 사무직의 직업병.

게다가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면서는 자꾸 삐뚜름하게 앉아 있어서인지 척추뼈가 휘었다. 그 탓인지 타자를 오래 치기만 해도 왼쪽 견갑골, 일명 어깻죽지가 결린다. 그렇다. 이건 이 세상 사무직들이 겪는 직업병이다. 직장인들에게 손목이나 어깨 둘 중 하나가 아프다고 말한다면 백발백중 ‘거기 안 아픈 직장인이 어디 있나?‘는 핀잔을 듣거나 ‘지금부터라도 운동해라’라는 조언을 얻기 일쑤다.

요즘 재택근무를 해서 좋은 점이라면, 그런 조언을 안 받아도 된다는 점이랄까? 재택근무는 단점을 찾기 어려운 굉장한 근무제도다. 내 경우엔 일단 왕복 4시간 걸리던 출퇴근길이 절약됐다. ‘할렐루야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에는 코로나 19 상황이 좋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보자면 출퇴근 길의 고단함이 사라진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급격히 상승했다.

다만 밖에 안 나가서 돈이 굳을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또 한 가지, 자세가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단점이 생겼다. 프리랜서 시절 앉아서 원고를 쓰다가 어깨가 돌아가지 않는 응급상황을 맞이하며 깨달았던 것이 바로 회사 의자와 책상의 소중함이었거늘, 재택근무를 하며 또다시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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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모니터를 쓰다보면 가끔씩 자세가 삐두룸해진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타자를 계속 치고 있노라면 고개가 저절로 모니터 앞으로 나아가고 가끔은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앉아 모니터를 보다 보니 전체적인 몸의 균형도 무너졌다. 결국 임시방편이지만 메모장의 기본 글씨 크기를 14까지 키웠다. 오타가 있는지 잘못 쓴 것은 없는지 글을 꼼꼼하고 자세히 읽고 싶어 모니터에 다가가는 것이다 보니 글씨 크기를 아예 키워버린 것이다. 한눈에 문장이 들어오지 않아 처음엔 애를 먹었지만 적응하고 나니 모니터 글씨가 멀리서도 잘 보여서 거북이의 목은 집으로 잘 들어온 상태다. 하지만 자세는 어떻게 해도 불편하다.

사무실 의자가 이토록 그리웠던 적이 있을까. 높낮이 조절도 가능한 데다가 등 전체를 안정적으로 받쳐줘서 그나마 목과 어깨가 지금 정도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편한데다가 폭신하고, 튼튼한 발 받침대와 세트로 사용하면 이젠 아늑하게 느껴질 정도. 게다가 자세가 자꾸 흐트러지니 일이 잘될 수가 없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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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깨닫게 된 사무실 의자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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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의자를 사고 싶은 열망! 

하지만 나름 취향에 맞게 꾸며놓은 나만의 방안에 그런 의자를 도저히 갖다 놓을 수가 없다. 방 안에 커다란 등받이 의자라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래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의자를 찾기 시작했고, 책상을 꾸미고 배치를 새롭게 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이런 걸 일컬어 ‘데스크테리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데스크테리어(Deskterior)는 책상(Desk)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사무실 등의 책상을 꾸미는 일을 뜻한다. 데스크테리어의 열풍과 함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미관을 해치지 않는 감각적인 제품들이 인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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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책상이 예뻐지고 마음에 들수록 업무 능률이 올라가는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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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자가 갖고 싶다! 

이 데스크테리어는 기본적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고 특히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기도 하지만, 책상을 꾸미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인 위안을 받는다는 점에 방점이 찍히기도 한다. 기왕이면 오래 머무르는 만큼 예쁘고 좋은 공간에서 일하면 업무 능률은 물론 일 하는 기분도 달라지니까.

다만 국립국어원에서는 데스크테리어 대신 쉬운 우리말인 ‘책상 꾸미기’로 바꿔 쓰기를 제안했다. 외래어인 데스크테리어보다 책상 꾸미기를 썼을 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데스크테리어를 모르는 사람이 기사를 읽거나 혹은 친구와 대화를 하다 해당 단어를 접할 때도 민망해질 일이 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꽉 막힌 소통의 창구 앞에서 책상을 정리하고, 꾸미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면 외래어로 타인과의 불통을 만들어내기보다 좀 더 쉬운 우리말로 바꿔쓰는 건 어떨까. 단어 하나만 바꿔써도 돈을 들이거나 힘을 쓰지 않고 대화가 잘 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데스크테리어’→ ‘책상 꾸미기’

사무실 등의 책상을 꾸미는 일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