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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13일 11시 49분 KST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6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이들은 50대와 60대 가장들이었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2

“어제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재난문자를 보고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집에 가보니 아버지가 퇴근하실 시간인데 안 계셔서…. 그때야 실감이 났어요.”

지난 11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스프링클러 작업을 하다 실종된 김아무개(56)씨의 아들(24)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12일 붕괴 현장에 마련된 텐트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평소 아버지가 초과근무를 하지 않아 늦게 퇴근하신 적이 없다. 힘들다는 얘기는 다른 가족에게 많이 하셨는데, 저한테는 내색을 안 하셔서 잘 몰랐다. 장난 잘 치는 친구 같은 분”이라며 “어제 아침 6시30분 출근하시는 모습을 본 게 마지막 만남이다. 오늘, 내일 중으로라도 아버지가 (살아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텐트에서 만난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 중 실종된 또 다른 노동자(56)의 처남 안아무개(45)씨는 “어제 누나 집으로 경찰 두명이 찾아와 매형과 연락이 되냐고 묻기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매형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려고 오리탕을 준비하던 중 사고 소식을 들은 누나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 구조대원들이 (안전을 이유로) 현장에 진입하지 않기에, 나라도 들여보내달라고 항의했다. 구조당국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 상황을 먼저 알려야 하는데 외면해 미칠 것 같은 심정”이라며 분노했다.

뉴스1/광주시 제공 영상 캡처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외부 모습. 철근이 가시바늘처럼 뾰족하게 드러나 있다.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부실 시공 정황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날 오후 3시46분께 붕괴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신축 공사 현장에는 4구간으로 나뉘어 배치된 하청 노동자 3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1~2구간 23~34층 외벽이 붕괴했고, 붕괴 부분 반대편에 있던 높이 145m 타워크레인(무게 96t 추정) 고정물이 떨어져 나갔다.

건물 전체가 붕괴되지는 않은 만큼 작업자 대부분은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휴대전화 추적 결과 32층에서 창틀을 설치하던 50~60대 3명, 31층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던 50~60대 2명, 28층에서 타일 공사를 하던 60대 1명이 붕괴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창틀 설치 작업을 하다 실종된 설아무개씨의 지인이라는 50대 동료 기술자 양아무개씨는 “설씨와 6개월 전에 만나 함께 일했다. 노동자 대부분 일용직이기 때문에 작업을 마무리하면 헤어졌다가 다른 현장에서 다시 만나곤 한다. (서로 다른 현장에서 일하며) 3일 전까지 통화했는데, 사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홍채인식시스템으로 출퇴근 기록을 하니 실종자 파악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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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수색견을 투입해 수색을 하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작업 중이던 6명이 실종됐다. 2022.1.12

안전 우려로 전날 수색작업을 중단한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20분 수색견 6마리, 조련사 6명을 붕괴 현장 내부로 투입해 사고 발생 20시간 만에 수색을 재개했다. 하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날 저녁 수색을 마무리했다.

문희준 광주서부소방서장은 “구조견이 (붕괴돼 매달려 있는 부분) 26층에서 28층 사이에서 맴돌아 (생존자가 있을 수 있어) 구조견 6마리 모두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낭떠러지 부분이라 구조대원들이 접근하기는 위험하다. 추가 크레인을 설치하면 수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13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현장 안전진단 회의에 참여했던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소속 최명기 동신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건물 외벽이나 타워크레인이 무너질 수 있어 실종자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충분한 안전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김윤주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