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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쟁률 75대1 : 서울 행복주택 청약 도전기

"무주택자라 아프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Getty Images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온 지 햇수로 10년이다. 이후의 삶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얻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영끌’을 통한 아파트 매입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볕이 잘 들고 회사와 너무 멀지 않아 양질의 쉼과 수면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집, 그런 집 하나가 필요할 뿐이다.

정부는 집이 필요하면 결혼하라는 시그널을 준다(제가 안 하고 싶어 안 하는 게 아닌데요?) 실제로 내년부터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기준이 크게 완화된다. ”집이 필요해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도시전설’이 아닌 셈이다.

ⓒGetty Images

나처럼 대한민국에 혼자 사는 가구가 올해 30%를 넘었다. 전체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학생과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여전히 좁은 문이자 높은 벽이다. 그래도 포기하기엔 이르다. 꼼꼼히 살피고 미리 준비해 놓으면 기회가 올지 모른다.

 

로또만큼 어려운 행복주택 입주 : 최고경쟁률 75대 1

지난 20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2020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서류심사대상자가 발표됐다. 결과는 낙방, 올해만 행복주택에 3번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내가 지원한 금호파크힐스이편한세상 30형 청약경쟁률은 39.8대 1, 가장 높았던 곳은 힐스테이트신촌(북아현1-1) 37형으로 74.9대 1이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삼각지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일반 모집 당첨자가 발표됐다. 사실 이건 별로 기대도 안 했다. ‘닭장 같다’ ‘홍콩 구룡성채를 보는 것 같다’는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무려 93.36대 1이었다. ‘무주택자라 아프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20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공고 최종 청약경쟁률
2020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공고 최종 청약경쟁률 ⓒ서울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 화면

2030세대라면 딱 3가지만 기억하자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 가운데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유형은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매입임대 3가지 정도다. 만 39세 이하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일정 소득기준을 만족하는 이들에게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곳을 뜻한다)이 가능한 곳에 집을 짓거나 아파트 단지 일부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꽤 좋은 위치에 6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하지만 신혼부부 위주 공급이 주를 이룬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대중교통 중심의 지하철역 인근 역세권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행복주택보다 뒤에 시작했다.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아야 지원이 가능하고, 민간 모집의 경우 소득기준을 따지지 않기도 한다. 전용면적은 작은데 반해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 타입니다.

마지막 청년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매입한 뒤 주거 지원이 필요한 청년세대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시세대비 40~50% 수준에 오피스텔, 다가구, 다세대, 아파트까지 다양한 유형이 공급된다. 임대보증금은 순위에 따라 100만 원~200만 원만 있어도 입주가 가능해 보증금이 없는 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공고가 잘 나오지 않고 직접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2030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2030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뉴스1

테스형~ 내 소득이 왜 이래

앞서 소개한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가장 큰 변수는 나의 소득이다. 입주모집 공고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월평균소득 100% 이하니 80% 이하니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정부는 최근 행복주택 입주자격 중 청년 1인 가구인 단독 세대주나 부양의무가 없는 세대원 청년 소득기준을 80% 이하에서 100% 이하로 완화했다. 산업단지형 행복주택에 미임대 세대가 발생할 경우에는 소득기준이 최대 150%까지 완화된다.

올해 기준으로 전년도(2019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100%)은 △1인 264만5147원 △2인 437만9809원 △3인 562만6897원이다. 월평균 264만원 이하로 벌어야 1순위가 되는 셈이다. 통상 근로소득자면 건강보험관리공단의 보수월액을, 사업소득자면 국세청의 소득금액증명원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 ‘입주모집공고가 난 달 평균소득을 따진다’는 데 맹점이 있다. 내 경우 지난해 회사를 옮기며 쉰 기간이 있어 월평균소득이 실제 버는 것보다 낮게 잡혔고, 올해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기간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4대 보험이 잡히지 않는 일용직 근로자와 프리랜서라면 소득기준이라는 허들을 생각보다 쉽게 넘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둔 달에 모집공고가 뜬다면, 그달 소득이 0원인 셈이니,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는 어디를 공략할 것인가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당장 확인해봐야 할 공고가 있다. SH에서 10월12일 공고한 2020년 2차 역세권청년주택 입주 모집 공고다. △보눔하우스 화곡(화곡역세권) △휘경제이스카이시티(회기역세권) △용산베르디움 프렌즈(삼각지역세권) △서초꽃마을 1502(서초역) 4개 단지 406호(504실)공급하는데, 위치는 나무랄 데가 없다.

공급유형 및 임대금액 역시 환상적이다. 전용면적 14㎡(솔직히 너무 작다)에서  39㎡까지 마련됐는데,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이 용산베르지움 프렌즈 39A 형이다. 온전한 신축 투룸인 셈인데, 보증금은 최대전환 시 6566만원에, 월 임대료가 고작 8만3500원에 불과하다.

청약은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피 튀기는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내가 들어갈 수 없다면 허프포스트코리아 독자 중 누군가가 되길 바란다.

반려견 친화형 청년주택 ‘견우일가’
반려견 친화형 청년주택 ‘견우일가’ ⓒ서대문구 제공

공공임대주택 입주공고를 보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유형의 주택이 공급되기도 한다. 서대문구의 반려견 친화형 청년주택 ‘견우일가’도 그중 하나다. 반려견을 키우는 1인 청년 가구를 위한 일종의 ‘공유 하우스’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이사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면 눈여겨봐도 좋다. 또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을 위해 주거와 사무 공간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도전숙)도 현재 공급되고 있다.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좀 수고스럽지만 도전하다 보면 지금부터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지하철을 타고 오며, 직장과 집이 가까울수록 삶의 질은 급상승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3가지 TIP

 

1. 마이홈포털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한다. 전국 모든 공공임대주택 모집 공고를 한곳에 모아둔 사이트다. 지역별, 유형별로 살펴볼 수 있어 편리하다. 모든 공고마다 세부적인 청약 요건이 다르니 보다 보면 미리 공부도 된다.

 

2. 연봉이 높아졌다고 쉽게 단념하지 말자. 민간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소득을 아예 따지지 않기도 한다. 

 

3. 청약통장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일반공급은 없어도 가능하지만 우선 공급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 따른 가점을 부여한다. 청약통장이 없는 독자들이 여기까지 읽었을 리가 없다.

 

김임수 에디터: ims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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