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입장 불가' 개 발바닥은 사람 신발 밑창보다 더 더러울까? 통념 깨뜨리는 연구 결과 나왔다

“개 앞발의 전반적인 위생 상태는 주인의 신발 바닥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걷고 있다. 개들은 쉽게 지저분해질 것 같은 발을 부지런히 항균성 침으로 핥아 감염을 막는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걷고 있다. 개들은 쉽게 지저분해질 것 같은 발을 부지런히 항균성 침으로 핥아 감염을 막는다 ⓒJim Craigmyle via Getty Images

 

반려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마트나 음식점은 거의 없다. 하물며 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개는 비위생적이란 믿음 때문이다.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 마디로 개 발바닥은 주인의 신발 밑창보다 깨끗하다는 내용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수의학자들은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25마리와 반려견 25마리 그리고 이들의 주인 각 25명을 대상으로 세균 감염 실태를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환경 연구 및 공중 보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실험 참가자들은 개와 함께 상점, 식당, 병원, 대중교통수단까지 15∼30분 동안 걸은 뒤 사람은 신발 바닥에서 개는 앞발에서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했다. 검체에 묻은 세균을 배양한 결과 연구자들은 “개 앞발의 전반적인 위생 상태는 주인의 신발 바닥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료받는 주인과 함께 병상을 지키는 도우미견. 법적으로 병원 출입이 보장돼 있으나 위생상의 이유로 가로막히기 일쑤이다.
치료받는 주인과 함께 병상을 지키는 도우미견. 법적으로 병원 출입이 보장돼 있으나 위생상의 이유로 가로막히기 일쑤이다. ⓒ한겨레/ 아이리스와 샌디 제공.

 

검출된 장내세균은 개 발바닥에서 평균 3444CFU(CFU는 군집형성단위로 살아있는 세균 수를 가리킨다)였지만 사람 신발에서는 그보다 31배 많은 10만7893CFU가 검출됐다. 장내세균은 분변으로 오염됐는지를 가리킨다.

장내세균이 검출되지 않은 비율은 개에서 72%였지만 사람은 42%에 그쳤다. 게다가 안내견의 주인 신발에서는 유일하게 설사병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균이 나왔다.

왜 개 발바닥이 신발 밑창보다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자들은 발바닥의 구조로 보아 개가 더 지저분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개 발바닥은 발톱, 발가락, 패드, 털로 이뤄져 표면적도 넓고 울퉁불퉁해 세균이 들러붙기 쉬운 구조다. 게다가 사람은 신발을 벗고 자지만 개는 늘 신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개 발바닥이 더 깨끗한 이유로 연구자들은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개는 늘 발바닥을 핥아 청소한다. 개는 시간당 9∼12번 발바닥을 핥는다. 연구자들은 “사람은 신발이 눈에 띄게 더러워졌을 때만 세척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며 “나아가 실험 참가자 상당수는 외출 뒤 개의 발을 닦아 주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개의 침에 항균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개의 침에는 라이소자임과 침 과산화효소 등 항균물질이 사람의 침에서보다 3배 많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개 10마리 중 7마리에서 검출한계 이상의 세균이 나오지 않은 것은 바로 개가 이런 항균 청소 행동을 부지런히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그런데도 사람은 자주 빨지 않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병원, 식당, 상점, 대중교통수단을 마음대로 이용한다”고 꼬집었다.

훈련 중인 안내견 강아지. 국내 대형 매장에서 훈련 중인 장애인 보조견의 입장을 저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훈련 중인 안내견 강아지. 국내 대형 매장에서 훈련 중인 장애인 보조견의 입장을 저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겨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론 개의 배설물에는 장내세균이 100억∼1000억CFU 들어있어 발이 배설물로 오염된 상태로 병원이나 공공장소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위생여건에 따라 분석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가리킨다. 슬로베니아에서 한 연구결과를 보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균이 개 발바닥의 24%, 주인 신발 밑바닥의 43%에서 나왔다.

개 발바닥에 견줘 개 털의 세균 오염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연구자들은 “개 20마리 가운데 한 마리에서만 장내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이 아닌 식당이나 병원 방문 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주 연구자인 재스민 보스는 “개 발바닥이 사람 신발보다 깨끗한 것으로 드러난 이번 연구는 위생 이유로 공공장소의 개 출입을 막는 주장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네덜란드에서 법적으로는 안내견의 출입이 보장돼 있는데도 실험 참가자의 81%는 병원 출입을 한 번 이상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라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를 이용하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출입 거부 사태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일반 반려견의 공공장소나 음식점, 마트 등 출입도 제약이 많다.

인용 논문: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DOI: 10.3390/ijerph18020513

한겨레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 #시각장애인 #안내견 #장애인 보조견 #보조견 #시각장애인 안내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