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8년 03월 26일 17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26일 17시 11분 KST

지금의 불평이 미래의 만족이 되기를 바란다면

huffpost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졸업하고 20년이 다 되도록 연락이 끊겼던 친구인데 SNS와 TV출연의 힘이 모아져 몇 년전 눈물겨운 재회를 한 그런 인연이다.

그런데도 각자 나름 바쁘게 살다보니 이번에도 5년만의 상봉이 되었다.

그다지 많은 나이 먹지 않은 우리인데도 모이면 나누는 이야기는 늘 20년 훌쩍 넘긴 옛날 추억팔이다.

그 때 그 선생님, 그 때 그 녀석 스토리는 몇 번은 반복되었던 것 같은데 할 때마다 들을 때마다 뱃가죽이 아플 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나 밖에 모를 것같은 쾌쾌 묶은 기억 속 이야기를 누군가 공감해 준다는 것만으로 우린 오래된 친구의 의미를 확인한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라고 처음인양 감탄하지만 그 또한 지난번 만남 때의 재탕이고 데자뷔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녀석의 발언 중 한 가지만은 처음으로 내게 고백하는 진짜 처음의 것이었다.

″너 그거 알아? 너 어릴 때 진짜 잘 삐쳤다! 그래서 내가 더 놀리고 그랬었어.”

″정말? 내가 그 정도였어?” 하며 골이 띵 한듯 물었지만 난 내 어릴적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잘 삐치고 소심하고 욕심 많고 나 밖에 모르고...

고치려고 노력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그냥 남들은 잘 모르겠거니 안심했던...

그런데 그 녀석이 알고 있었다는건 그 때 그 친구들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내가 그 때 학급 반장이 되지 못했던 이유였던 것이다.

참으로 다행인건 친구가 맺은 마지막 말은

″괜찮아 지금 너에게선 그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였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성격도 완전무결 대인배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때만큼은 아닌 것 또 한 분명하다.

이야기가 나온김에 우린 서로의 변화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키도 몸집도 성격도 목소리도 우린 어쩌면 변하지 않은게 하나도 없었다.

혹시 개명이라도 해서 이름마저 바뀌었더라면 우린 서로를 친구로 알아보지 못했을만큼 완전히 바뀌고 변해있었다.

지금의 내가 또 현재의 그 친구가 이런 직장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 때의 우리가 바라거나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도 달라져 있었다.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우리는 변하고 또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PeopleImages via Getty Images

특수교육에서는 지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불능이나 불구가 아닌 지체를 사용하는 것은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커 버리고 부쩍 자라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숫자도 제대로 못 세던 녀석이 미적분을 척척 풀어내고 ㄱ, ㄴ 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아이는 그럴싸한 시를 적어내기도 한다.

나는 그것을 갑작스런 변화로 느꼈지만 사실 그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변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교사와 가정은 그 변화의 방향을 긍정적이고 옳은 방향으로 부단히 이끌어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의 변화는 올바른 교육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크게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는 불만이 참 많다.

직장동료에게도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국가에게도 지도자에게도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다.

정치적 신념도 삶의 가치도 다른 서로를 향해 구제불능이라는 선고를 내린다.

그러나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오늘도 지금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변화의 방향을 잡아주는 교육이 되기도 하고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변화는 방향을 잡기도 하고 속도를 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교육이고 서로에게 환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친구녀석과 나는 천만다행으로 서로가 반가움을 느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녀석이 보기 안타까운 모습이라면 그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다음 만남을 기약할 무렵 우리는 다른 친구들도 한 번 찾아보자는 약속을 했다.

형근이도 동철이도 원휘도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아름다운 추억 속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친구녀석들이 더 멋지게 변해있기를 간절한 맘으로 바래본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은 우리의 지금이 좌우할지도 모른다.

삐치기 대장이라는 호칭을 과거 속으로 내가 던져버린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긍정의 방향으로 이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