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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산불, 폭염, 한파, 홍수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huffpost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경고에 귀를 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과 유럽,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발생한 일련의 기후 참사로 인해, 이제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난 몇 주간의 극심한 기후 재난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었습니다. 이처럼 비극을 겪은 사람들에게 이제 와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현실을 바로 보고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도시노에서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화재가 번지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대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도시노에서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화재가 번지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대피했다 ⓒNOAH BERGER/AFP/Getty Images

최근 우리 일상을 덮친 극한의 폭염과 이상 기온은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예측을 우리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이며, 이러한 인식이 행동을 촉구하는 물결로 번지고 있습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극한의 날씨, 화석연료로 인한 오염, 나쁜 공기로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후정의와 사회 책임에 대한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지난 30여 년간 기후변화에 대해 계속해서 논쟁했지만, 쉽사리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배후에 있는 화석연료 산업은 계속해서 이익을 얻어 갔고, 그사이 기후변화는 의심의 여지 없이 점점 더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한 번 볼까요. 작년을 기준으로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섭씨 1.1도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상위 5년이 모두 2010년 이후에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이제 진실을 대면해야 하는 순간에 다다른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5년간 극심한 가뭄을 겪었습니다. 그 결과 식물은 말라붙었고, 건조한 바람에 극한의 폭염이 더해지며 무서운 산불이 번졌습니다. 특히 지난달 23일 새크라멘토 북부 지역에서 시작된 카(Carr) 산불은 무섭도록 광활하게 번졌고, 우리에게 기후변화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보여줬습니다.

유럽도 불타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현재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로 막심한 인명 피해를 겪었고,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습니다. 대규모 재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서쪽부터 러시아 극동에 이르는 광활한 북반구 수림대(Great Northern Forest)가 화염에 휩싸여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의 원인이 올여름 상반기에 북반구를 강타한 기록적 폭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의 기온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8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의 폭염은 약 2개월 동안 제트기류가 평소보다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발생했습니다.

제트기류와 전 세계 기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점점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전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온을 높였고, 극단적 기후의 위험을 증폭시켰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서도 최근 몇 주간 극심한 이상 기온이 나타났습니다. 엄청난 홍수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폭염이 이어졌으며, 태풍이 몰아닥쳤습니다. 이 모든 일이 7월에 일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 시민들도 엄청난 폭염에 고통받았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비극을 초래합니다. 폭염으로 사망한 6살의 일본인 아이, 대형 화재로 조부모와 함께 숨진 그리스의 9살 쌍둥이,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과 싸우다가 순직한 81세의 소방관… 이들 모두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의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다른 상황에서, 사람들은 개별적인 비극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안겨준 원인은 공통적으로 기후변화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세계, 우리의 현실에 대해 보다 솔직한 대화를 해야만 합니다.

그 대화를 통해 우리가 직면할 진실은 어쩌면 너무나 잔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로 우리가 ‘기온 상승 1.5도 이내 제안’이라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그 대신 산업화 대비 3도 상승 혹은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고, 남극의 빙하는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바로 한국에서 유엔 IPCC(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 회의가 열립니다.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사한 특별 과학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 보고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할 것입이다. 바로 어떠한 수준의 기후변화도 인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가 그 위험을 줄여나갈 수는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아직 우리에게 위기를 막을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례 없는 속도로 퇴출시켜야 하며, 바다와 숲을 보호하고 땅을 경작하는 방법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올여름 극심한 이상 기온으로 생명을 잃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이들을 기리는 동시에 우리는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전 세계 정치인들과 리더들에게 지금이 바로 당장 혁신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다시 한번 소리쳐야 합니다. 지금이 우리가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글: 버니 맥디아미드(Bunny McDiarmid) 그린피스 국제본부 공동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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