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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퍼보틀'입니다" 뭇매 맞은 아모레퍼시픽 '그린워싱' 논란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 김임수
  • 입력 2021.04.14 16:14
  • 수정 2021.04.14 16:19
재활용 시설에 쌓인 비닐과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에 쌓인 비닐과 플라스틱 ⓒMakiko Tanigawa via Getty Images

 

아모레퍼시픽이 전개하는 자연주의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지난해 출시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보틀’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한 소비자가 ”안쪽이 궁금해 갈라봤더니 플라스틱 병이 들어있었다. 이런 사기성 짙은 제품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SNS에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이 고발 글은 곧장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지면서 불매 운동까지 거론됐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영국 BBC와 중국CCTV 등 외신 보도까지 이어지자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페이퍼보틀’ 이름으로 인해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라며 사과했지만, 일각에서는 업체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인지 곰곰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페이퍼보틀’은 해외 기업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

물이나 화장품과 같은 화학물질을 오래도록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종이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나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종이를 덧댄 이중 구조 용기를 쓴다. 산업의 발달로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기후 위기와 같은 다양한 환경 이슈들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낮춘 복합 용기를 흔히 ‘페이퍼보틀’이라고 부른다. 논란이 된 이니스프리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로레알 등 유명 해외 브랜드 역시 100% 플라스틱 대체 재질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40~60%까지 줄인 제품에 흔히 ‘페이퍼보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아직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명일 순 있어도 속일 의도를 갖고 제품명을 지은 것은 아니다.

 

논란이 된 이니스프리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보틀’
논란이 된 이니스프리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보틀’ ⓒ페이스북 페이지 '플없잘' 화면 캡처

 

아모레퍼시픽은 플라스틱 제품임을 충분히 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보틀’을 출시하면서 제품 박스에 ”본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51.8% 플라스틱을 절감해 만들었다”라고 표시했다. 이어 다 쓴 제품은 종이 라벨을 제거한 뒤 플라스틱과 종이로 각각 분리해 재활용할 것을 그림으로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최초 고발글 작성자가 이야기한 대로 ”플라스틱 포함이란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이번 논란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역시 SNS를 통해 ”그린워싱으로 몰아 부칠 정도는 아닌 것같다”라며 ”환경을 고려한 기똥찬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 텐데 전혀 예상치 못한 소비자 반응이 나온 것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다른 업체들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반문했다.

이니스프리 공식 SNS에는 페이퍼보틀 분리수거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니스프리 공식 SNS에는 페이퍼보틀 분리수거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니스프리 인스타그램

 

‘종이+플라스틱’ 이중 용기 자체는 생각해 볼 필요

논란이 된 이니스프리 제품은 여전히 기존 제품보다 플라스틱을 50%이상 줄인 제품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만 종이와 플라스틱(PE)을 함께 사용한 이중 용기 자체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제품 겉면에 분리배출 방법을 소개했더라도 소비자들이 그냥 버릴 경우 종이로도 플라스틱으로도 분류되지 못하고 결국 쓰레기행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플라스틱 용기 하나로 충분하지 굳이 종이 용기를 씌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일 수 있다”라며 ”플라스틱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환경에 대한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이니스프리 ‘페이퍼보틀’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노력 자체가 훼손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임수 에디터 : ims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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