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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비정상회담' 그리스 대표 안드레아스(2) "경제 위기 이후, 그리스 20대들의 삶은 단순해졌다"

  • 박수진
  • 입력 2015.08.04 07:15
  • 수정 2015.08.04 07:33

JTBC ‘비정상회담’에 그리스 대표로 출연하는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하는 20대다. 그의 부모님과 어린 시절 친구들은 그리스에 살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와 관련해 떠오르는 질문 몇 가지를 두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두 번째 편은 안드레아스를 통해 듣는 평범한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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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람은 게으르다’는 것은 오래된 명제인가?

경제 위기 전에 미국에 살 때는 그런 이야기 안 들었어요. 요즘은 경제 상황 때문에 유럽에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데 여행 중인 친구가 말하길 스페인 사람들은 그런 말 안 한대요. 같은 지중해 나라니까 비슷해서 (게으른 게 아니라고) 이해하는 것 같아요. 이탈리아, 그리스에도 스페인의 ‘시에스타’ 같은 게 있거든요. ‘비정상회담’ 방송에서 (독일 대표) 다니엘이 ‘정말 게으른가’ 물어보긴 했지만 독일 사람들도 다 그렇게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스 사람들은 실제로 게으른가?

그리스 사람들 게으르지 않아요. 일이 있고, 목표가 있으면 열심히 할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진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해요.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건 힘 있는 사람들이에요.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멀리 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리스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어떻게 체감했나?

한국에 온 후 여름마다 그리스에 다녀와요. 2012년에 처음 갔을 때는 사람들이 ‘요즘 힘들어’ 이렇게 말했어요. 2013년에는 ‘요즘 진짜 힘들어’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2014년에 갔을 땐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을 안 했어요. '힘들다' 할 때는 그냥 불만을 말하는 거였는데, 너무 힘드니까 두려움 때문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거죠.

부모님이 그리스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려워요.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제일 먼저 아이들 학원부터 안 보내니까 학생이 없어요.

그리스의 20대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제 친구 중에 지금 일자리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일하다가 실직한 친구도 있고,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못 한 친구도 있어요. 구제금융을 받을 때쯤부터는 사람들이 대학교 졸업을 미루기 시작했어요. 취업준비생이 되는 것보다 계속 대학생으로 남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요. 제 친구들은 학사를 7~8년 다니고 졸업했는데 할 일이 없어요.

삶이 단순해졌어요. 독립 못 하고 부모님이랑 살고, 여행도 못 해요. 취업하려고 외국에 가는 사람도 많아요. 제 친구들 중에선 4명이 다른 나라에 취업했어요. 체코, 독일, 스페인, 미국. 그리고 저도 한국에 있죠. 친구들이 사는 곳이 대도시는 아니지만 시골이 아닌 중간 정도 도시인데도요.

한 친구는 공무원이 되고 싶은데 지금 26살이라 기다려야 해요. 지원자가 많은데 공무원은 나이가 많을 때 우선권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는 기다리면서 계속 스펙만 만들고 있어요.

그리스 사람들은 시리자와 치프라스 총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1월 총선 때 시리자를 지지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저와 제 가족은 지지하지 않았고요. 총선 때 ‘유럽은 그리스가 필요하니까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 ‘안 되면 탈퇴하면 된다’고 으스대는 게 싫었어요. 사람들이 혹해서 시리자에 투표했지만 치프라스는 실제로는 반대로 했죠. 유럽도 국민들도 그리스 정부에 신뢰를 잃었어요. 밤샘 협상에서도 국민투표에서 반대한 긴축안보다 더 힘든 긴축안을 받아왔잖아요. 그건 국민을 배신한 거예요. 물론 지금 쉽지 않은 입장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시리자도 제 역할을 못 했어요.

그리스 경제에는 민간 영역이 없고 공공 영역만 있어요. 사람들은 다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해요. 공공 영역을 줄여야 하는데 시리자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정부 운영에 허점이 많은데도 정부를 줄일 생각이 없어요. 사람들도 그래서 시리자에 투표한 거예요. 지금보다 공공 영역이 작아지면 대부분 공무원인 그리스 사람들도 자기들이 받는 돈이 줄어드니까요. 독일 사람들이 와서 장부를 보면? 시리자도 곤란해질 거예요.

그리스 사람들은 독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독일 총리, 독일 정부에 대해 SNS에서 ‘보이콧 독일(#BoycottGermany)’이라는 해시태그가 있을 정도. 심각한 긴축 정책을 시키고 싶어하니 나치 독일과 비교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빚을 갚지 못 하면 그리스 은행과 그리스의 경제 주권을 잡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반감이 심하다.'(안드레아스) - 8월 3일 비정상회담 방송 내용 중.

'그렉시트’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나?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깊은 생각 없이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다시 가치가 떨어진 드라크마를 쓰겠죠.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우리랑 장사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수입을 비싸게 하고 수출은 싸게 하니까 불균형도 심해지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지금 한 달 연금 500유로를 받아요, 그런데 이게 500드라크마로 바뀌면, 그 돈은 한 달이 아니라 며칠밖에 못 쓰는 돈이 돼요.

그리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가혹한 긴축안은 효과가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집중하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리스 사람들은 이제 그리스에 부과된 긴축 정책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국가 경제 규모가 2010년에서 2014년까지 25% 축소됐어요. 2015년 실업률은 27% 예요. 그건 총실업률일 뿐이고요, 청년실업률을 보면 60%에 가까워요. 경제가 이렇게 하락세인데 빚을 어떻게 갚을까요? 굶어 죽는 소한테서 젖을 짜내는 거죠. 더 효과적인 계획이 필요해요. 지금의 긴축안은 너무 심해요. 그리스는 지금 그걸 갚을 수 있는 여력이 하나도 없어요. 지불 기간을 연장하거나 빚을 경감해야 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해결방법은 이거예요. 정부를 투명하게 만들고 간소화하는 것. 그리스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에요. 탈세도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아요. 세금을 부과하는 과정도 개선해야 해요.

그리스는 '선진국'일까?

문화적, 사회적으로 선진국. 그리스는 애국심이 강한 편이에요. 우리나라 역사나, 영웅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문화적으로 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어요.

경제 기반 시설은 후진국이에요. 중간도 아니에요. 그리스 경제는 제조업이 없고 관광객들한테만 의지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지금 정부가 돈이 없어서 그 많은 공무원이 월급을 못 받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아직 후진국이라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안드레아스가 보는 한국은 선진국일까?

한국? 그럼요. 어떤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했고, 사회가 그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다른 나라도 비슷해요. 나이 든 사람들이 휴대폰 쓰기 어려워하거나 하는 일은 그리스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도 같아요. 기술이 항상 더 빠르고, 사회는 천천히 따라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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