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이 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낙서로 훼손됐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그래피티 아티스트 정태용(태리 정)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서울 청계천 베를린광장에서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한쪽 면엔 ‘날 비추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라는 글귀가, 다른 면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정씨는 베를린장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린 그림을 올리며 “전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 현재와 앞으로 미래를 위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베를린장벽은 1989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철거된 후 베를린시 동부 지역에 있는 마르찬 휴양 공원에 전시돼있던 것으로, 독일 베를린시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지난 2005년 서울시에 기증했다.
아래는 원래 이 베를린장벽의 모습이다. 한쪽 면은 글과 그림이 새겨져 있었고, 다른 면은 깨끗한 콘크리트 면이었다. 서독 쪽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해서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지만, 동독 쪽은 아예 장벽 쪽으로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문화재 훼손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자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9일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 정씨의 게시물을 옮기며 화제가 됐다.
베를린광장 관리 업무는 현재 서울 중구청에서 맡고 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현장관리팀이 매일 순찰하는데 미처 낙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경위를 파악한 뒤 수사 의뢰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광장이 서울시 중구 소유인 점을 감안하면, 정씨는 형법 제143조에 따라 공용물파괴죄에 해당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