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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05일 17시 13분 KST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고용하는 '고요한 모빌리티'가 월급제를 도입한 배경

기사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고요한 M 택시 내부 모습. 뒷자리에 설치된 태블릿 PC를 통해 드라이버와 소통할 수 있다.

조용한 택시로 조용하게 성장하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다. 월급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이 난폭운전을 할 필요가 없고, 승객을 골라 태우지 않아도 단거리 손님보다 중장거리 손님이 더 많다. 바로 청각장애인을 택시기사로 고용하는 ‘고요한 모빌리티(M)’의 이야기다.

지난 4일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액터스’의 이준호 운영팀장과 소속 청각장애인 기사 이형수·박광은·박지명 드라이버를 만나 고요한 엠(M)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구 코액터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코액터스는 2018년 기존 법인택시 회사와 연계해 청각장애인 고용을 연계해주는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차량 내부에 주변 교통 상황을 청각장애인 기사가 알아챌 수 있도록 시각·진동 신호를 주는 장치를 설치했고, 승객의 음성언어를 문자로 변환해주는 태블릿 피시(PC)도 달았다. 안전 운행을 지원하고, 승객과 기사 간 원활한 소통을 돕는 것이다. 그러다 2020년 8월부터 기사를 월급제로 직접 고용하는 고요한 엠 서비스를 만들었다. 법인택시는 사납금 제도가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이 오래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소속 기사들이 승객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이다. 법인택시를 6개월간 경험한 뒤 합류한 박지명 드라이버는 “고요한 엠으로 오면서 여유롭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탁구선수 출신의 박광은 드라이버도 “사납금을 채우려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요한 엠은 월급제이기도 하고 휴식 시간이 3시간 반이어서 피곤할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된 드라이버 40명 중 33명이 장애인이다. 청각장애인은 총 24명이다. 나머지 비장애인 드라이버도 경력단절여성, 노인 등 일자리 취약계층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고요한 M 소속 박광은·이형수·박지명 드라이버(왼쪽부터)가 수어로 QM6를 표현하고 있다. 고요한 M은 QM6 LPG 모델을 택시로 사용한다.

기존 택시업계가 잘 사용하지 않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도입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큐엠(QM)6 엘피지(LPG) 모델을 사용 중이다. 이준호 팀장은 “친환경·연비 측면에서 엘피지 차량을 원했는데 일반 엘피지 택시는 실린더 탱크가 트렁크에 있다 보니 접이식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았다”며 “큐엠6는 탱크가 내장돼 있어서 적재공간이 넓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고려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별화된 서비스 덕에 장거리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고요한 엠 택시를 골라 호출하려면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한다. 이 앱에서는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이 가능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티(UT)·카카오티(T) 등 기존 플랫폼에서도 고요한 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택시와 섞여 무작위 배정된다. 이준호 팀장은 “콜(호출) 수로만 보면 우티, 카카오티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자체 앱과) 비교가 안 된다”면서도 “승차 거부가 없는데도 고객 한분이 사용하는 금액은 자체 앱이 더 높다. 카카오티 등 기존 플랫폼의 객단가는 평균 7천원인데, 자체 앱은 1만5천원 정도”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박지명 드라이버가 고요한 M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혹시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드라이버들은 여전히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년 넘게 제조업 생산직에 종사하다가 고요한 엠에 입사한 이형수 드라이버는 “야간에 취객 한분이 탑승했는데 청각장애인 기사라는 걸 알고 내리려 했다. 지인분이 말려서 결국 내리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광은 드라이버는 “승차 뒤에 청각장애인 기사라는 걸 알고 운전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이나 제스처를 보일 때가 있다”며 “청각장애인도 운전경력이 10∼20년 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