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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골목식당’ 멋만 찾는 식당을 왜 홍보해주나

'해방촌 원테이블'은 NG다.

ⓒ한겨레/SBS

국숫집을 해보라는 말에 20대 두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국수요? 뭘 해도 간지 나는 걸 하고 싶어요!”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내뱉은 이 한마디는 수많은 시청자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맛있는 국수를 만들려고 땀 흘리는 이들을 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맛이 아니라 멋만 외쳐대는 저들을 왜 굳이 홍보해주느냐는 것이다. 26일 방송에서는 한술 더 뜬다. “핫도그 팔아서 행복할 것 같니?”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이하 <골목식당>)이 ‘음식 만들기의 본질’에서 벗어난 식당을 도와주며 논란을 빚고 있다. <골목식당>은 4일부터 ‘해방촌 신흥시장’ 편을 방영 중이다. 카레와 회, 중식볶음밥과 문제의 ‘원테이블’ 식당이 백종원한테 솔루션을 받고 있다.

<골목식당>은 그동안 실력과 철학은 있지만 뭔가 부족했던 이들을 도왔다. 서울 필동의 멸치국수집 사장의 경우 뚱한 태도가 논란이 됐지만 오랜 노력에서 비롯된 자신만의 확고한 음식 철학이 있었다. 저마다 방식은 달랐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간절함은 같았다.

하지만 원테이블은 맛엔 별 관심이 없다. 모양만 예쁘게 만들어 비싸게 팔고 싶은 ‘허영심’부터 읽힌다. 백종원이 “아무 맛도 안 난다” “기본이 안 돼 있다”고 혹평할 정도의 요리를 만들고도 “여자들은 주변에서 와~하는 시선 하나면 되는 거다”라며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더 많이 노력하고 땀 흘려야 한다는 백종원의 조언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소시지 하나 달랑 넣은 핫도그와 음료 세트를 1만원에 책정해 백종원이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하루 100개 팔면 두 달이면 차 사겠다”고 시시덕거린다. 

ⓒ한겨레/SBS

댓글과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엔 시청자들의 분노가 넘친다. “정말 절실한 사람들이 많은데 저런 사람들에게 기회가 가는 게 너무 싫다” 등의 감상평이 많다. 무엇보다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요식업계 종사자들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 한 요식업계 종사자는 에스엔에스에 “저렇게 방송 한번 타고 욕 좀 먹고 나면 대박. 누구보다 절실하게 노력하고 있는 나를 비롯한 요식업계 종사자들의 허탈감과 회의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썼다. “실력도 없으면서 운이 좋아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다”며 요행으로 성공을 바라는 우리 사회를 투영하는 반응도 있다.

논란이 되는 만큼 시선은 끈다. 에스비에스도 ‘백종원 “원테이블? 맛도 없고 구제불능” 최악의 혹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논란을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촬영이 끝나 이미 방송 중인데도 “두 사람 이렇게 쉽게 생각하면 방송 못 해”라고 백종원이 호통치는 예고를 계속 내보내며 공분과 동시에 관심을 유도한다. 결과야 뻔하다. 결국 이들은 눈물을 쏟고, 달라지면서 논란을 잠재우고 어떤 식으로든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멋을 내세울 수도 있고, 비싸게 팔 수도 있다. 그건 식당 사장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식당을 굳이 방송에 출연시켜 결과적으로 홍보를 해줘야 했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른 후보 식당도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 촬영을 접었어야 하는 게 맞다. 에스비에스는 다양성 측면을 고려해 이들을 출연시켰다고 한다. 젊은 창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땀과 노력을 무시하고 무엇보다 음식의 본질을 외면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루아침에 유명 식당이 되는 게 맞을까. 방송이 나가면서 이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도움의 손길은 최선을 다해 노력해온 이들에게 건넬 때만 가치 있는 것이다. 원테이블도, 제작진도 모두 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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