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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최초 발견 권리자” 발표에 대한 정면 반박이 나오다

2003년 돈스코이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핵심 관계자 인터뷰.

ⓒ뉴스1/신일그룹

신일그룹이 113년 전 침몰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15일 찾아냈다고 17일 발표하면서 신일그룹이 최대주주인 제일제강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그러나 돈스코이호는 신일그룹이 새로 찾아낸 것이 아니며, 이미 15년 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견해 인양을 시도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특히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 쪽은 신일 쪽이 해양과기원이 확보하고 있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돈스코이호를 찾아낸 것이라고 주장해, ”신일그룹이 세계 최초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하고 입증한 유일한 권리자”라는 신일 쪽 발표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신일 쪽이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어치의 금화와 금괴 등이 실려 있다는 소문에 근거해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거래에 섣부르게 뛰어드는 것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깊은 주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과기원 핵심 관계자는 18일 허프포스트와 한 통화에서 ”돈스코이호는 이미 2003년 우리가 발견해 사진까지 공개한 바 있다”며 ”신일그룹이 처음으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실제 2003년 해양과기원 유해수 박사팀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해 인양을 추진한 사실은 신동아 등 각종 매체에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유 박사팀이 당시 촬영한 돈스코이호 호 선체 사진도 공개됐으며, 현재도 해양과기원 홈페이지 사진DB 코너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해양과기원 쪽은 신일 쪽이 과기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돈스코이호를 찾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양과기원 핵심 관계자는 ”신일그룹에서 돈스코이 인양과 관련해 우리 쪽에 어떤 요청이나 제의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던 돈스코이 인양 준비 과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해군 출신 인양 전문가가 우리가 알려준 실제 위치 정보와 지질, 해양 정보 등을 갖고 신일그룹 인양팀에 합류했다”며 ”그 결과 우리가 수년이 걸려 발견한 것을 신일 쪽은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찾아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일 쪽은 17일 보도자료에서 ”신일그룹의 탐사팀은 한국의 해양탐사 전문회사인 JD 엔지니어링(대표 이완복)의 총괄 아래, 영국 해양탐사 전문가인 앨런, 캐나다의 해양탐사 전문회사인 Nuytco의 파일럿 제프리 외 4인 그리고 신일그룹의 해양탐사 자문역인 진교중(해사 28기, 전 해난구조대장)으로 구성되어 2017년부터 돈스코이 탐사에 관한 준비를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진교중 탐사 자문역이 올해초 해양과기원과 함께 돈스코이 인양 문제를 협의했으며, 인양 과정 설계를 위해 진 자문역에게 위치 정보 등을 제공했다는 게 해양과기원 쪽 설명이다.

다만 이번 신일 쪽의 탐사에선 ‘돈스코이’라는 영문 이름이 적힌 배 후면부를 촬영해, 이 배가 돈스코이호임을 명확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해양과기원 핵심 관계자는 “2003년에도 함포와 조타기 등을 찾아내 돈스코이호임을 분명히 확인했지만, 당시엔 배 전면만 확인했고 뒷면까지는 촬영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15년 전 발견한 동일한 선체를 처음 찾아낸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고 선전하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허프포스트는 해양과기원 쪽의 이런 지적에 대한 신일그룹 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보도자료에 나온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신일 쪽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라는 문구를 달아 이번 돈스코이 발견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고객센터 전화번호는 보도자료에 나온 ‘언론 연락처’와 동일하다. 고객센터와 언론대응 부서가 같은 전화번호를 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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