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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중국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자들이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한 위성 사진 분석 등으로 찾아낸 증거다.

  • 이인혜
  • 입력 2020.07.23 18:10
  • 수정 2020.07.23 18:15
오징어 유인용 조명을 설치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
오징어 유인용 조명을 설치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 ⓒ한겨레/글로벌 어업 감시(GFW) 자료사진

 

동해의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원인을 궁금해 한 과학자들이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한 위성 사진 분석 등으로 중국의 불법 어획이 핵심 원인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700~900척에 달하는 중국의 ‘유령 선단’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몰래 잡아들인 오징어가 16만톤에 달한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한해 어획량 합계와 맞먹는 것이며 금액으로는 약 4억4천만달러(약 5300억원) 어치다.

2015년에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 ‘글로벌 어업 감시’(GFW)는 이런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고 22일(현지시각) 밝혔다.

과학자들의 오징어 감소 원인 규명 작업은 2018년 초 ‘글로벌 어업 감시’의 박재윤 선임 데이터 분석가가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당시 어업자원연구실장을 만나면서 본격 시작됐다. 당시까지는 한국와 일본의 남획이나 기후 변화가 오징어 감소의 주 원인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2003년과 비교해 80% 가량 준 한국과 일본의 어획량을 이런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두 사람은 판단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중국 어선들의 자료를 파악해야 한다고 보고 공동 작업에 들어갔다고 박재윤 분석가는 ‘글로벌 어업 감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글에서 설명했다.

동북아 지역 어선들의 조업 영역을 표시한 지도. 붉은색은 식별 장치가 있는 어선, 푸른색은 어선 이외의 선박 움직임을 표시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 어선들의 조업 영역을 표시한 지도. 붉은색은 식별 장치가 있는 어선, 푸른색은 어선 이외의 선박 움직임을 표시하고 있다. ⓒ한겨레/‘글로벌 어업 감시’(GFW) 자료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기계학습 기술, 선명한 위성 사진, 야간 빛 감지 광학 기술 등을 결합해 동해 바다에서 중국 어선들의 활동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이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설정한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외국 어선이 2017년 900척, 2018년 700척에 이른다는 걸 확인했다. 이 중 대부분은 자동 식별 장치나 국적 표시가 없는 배들이다. 연구팀은 식별 장치가 있는 일부 어선의 정보를 한국 해양경찰 자료와 비교 분석해, 어선들이 중국 국적이라는 걸 밝혀냈다. 동해에서 조업하는 어선 규모는 중국 전체 원양어선단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어선들의 조업 방식도 충격적이다. 저인망 선단이 그물을 서로 연결한 뒤 바닷물을 퍼올리는 방식으로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 연구자인 데이비드 크루즈마는 “마치 단체로 풀을 깎는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했다.

연구팀은 중국 어선을 추적하다가 뜻밖의 사실도 알아냈다. 대규모 선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 어부들이 길이 20m 미만의 작은 나뭇배를 타고 러시아 주변 해역에서 조업한다는 걸 위성 사진 등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조업하는 북한 어선이 2018년 한해에만 3천척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어선들은 장비가 허술해 일본이나 러시아 해안에서 표류하는 일도 잦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글로벌 어업 감시’는 주변국 어부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끼치면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법 어업을 막기 위한 국제 협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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