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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에서 무릎을 치워라!" : 조지 플로이드 추도식에서 나온 한 마디

추도사에 나선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 허완
  • 입력 2020.06.05 11:31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목 조르기' 체포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이 미니애폴리스 노스센트럴대학교에서 거행됐다. 추도 행사는 그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일생 대부분을 보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2020년 6월4일.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목 조르기' 체포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이 미니애폴리스 노스센트럴대학교에서 거행됐다. 추도 행사는 그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일생 대부분을 보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2020년 6월4일. ⓒKEREM YUCEL via Getty Images

″우리의 목에서 무릎을 치워라!”

4일(현지시각) 거행된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말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은 용의자로 몰려 엎드린 채 제압되어 있던 플로이드의 무릎으로 눌렀다. 무려 8분36초 동안.

그러나 샤프턴 목사가 보기에, 플로이드의 숨을 멎게 만든 8분36초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이야기는 흑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땅에 처음으로 흑인 노예가 도착했던) 401년 전부터 지금껏 우리가 원하고 꿈꿨던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건, 당신들이 계속 무릎으로 우리의 목을 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도사를 하는 그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추도사는 계속 이어졌다.

″그 때 당신들이 우리들을 집어넣은 열악한 학교들에서 우리는 조금 똑똑해졌지만, 당신들은 우리의 목에 무릎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창의적인 능력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 무릎을 목에서 치울 수가 없었습니다.”

″플로이드에게 벌어졌던 일은 이 나라에서, 교육에서, 의료서비스에서, 그리고 모든 미국의 삶의 영역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조지의 이름으로 일어서서 우리의 목에서 당신들의 목을 치우라고 말할 때입니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조지 플로이드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0년 6월4일.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조지 플로이드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0년 6월4일. ⓒASSOCIATED PRESS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플로이드 같은 평범한 시민 뿐만 아니라 흑인이라면 ”그게 누구든”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무리 성공하고 유명해져도 흑인들은 계속해서 차별을 받고 편견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만큼 이건 뿌리 깊은 문제라는 얘기였다.

″마이클 조던이 그 모든 우승 반지들을 차지했는데도 당신들은 계속해서 흠집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계속해서 우리의 목에 무릎을 올려놓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백인 주부가 TV에 나오는 오프라 윈프리라는 이름의 흑인 여성을 보려고 집으로 달려가면서도 그와는 상종을 하지 않는 건, 우리의 목에서 무릎을 치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가 편무보 가정에서 자라 스스로 교육을 받고 성장하더니 미국의 대통령이 됐는데도, 당신들은 출생증명서를 보자고 했습니다. 우리의 목에서 무릎을 치우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조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숨을 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들이 우리의 목에서 무릎을 치우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조지 플로이드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추도식장으로 향하는 길.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이 '무릎 꿇기'로 조의를 표하고 있다. 2020년 6월4일.
조지 플로이드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추도식장으로 향하는 길.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이 '무릎 꿇기'로 조의를 표하고 있다. 2020년 6월4일. ⓒKEREM YUCEL via Getty Images

 

플로이드의 사망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거대한 추모 물결을 일으켰다. 그의 동생 필로니스는 ”형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날 미국 곳곳에서는 통행금지령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선 수많은 시민들이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벌써 10일째다. 일부 도시들은 시위의 폭력적 양상이 다소 줄어들었다며 야간 통행금지령을 완화했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 톤턴, 매사추세츠주. 2020년 6월4일.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 톤턴, 매사추세츠주. 2020년 6월4일. ⓒASSOCIATED PRESS

 

샤프턴 목사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대를 바꿀 겁니다.” 그가 단언하듯 말했다. 그리고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면서도 인종차별적 언사를 서슴지 않고,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하겠다고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다.

″누구를 위해서, 언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겁니까? 우리가, 처음으로 모두를 위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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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조지 플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