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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28일 14시 38분 KST

"성희롱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 있다" : 여성 공무원 절반 가까이 '그렇다'고 답한 질문

지난해 박원순 사건이 발생한 뒤 이뤄진 실태조사 결과다.

ASSOCIATED PRESS
서울시청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20대, 30대 여성 공무원 가운데 최근 3년간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비율이 각각 41.8%, 45.8%에 이른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희롱을 경험·목격했어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6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뒤 이뤄진 이번 조사 결과는 지자체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 현황을 보여준다.

smartboy10 via Getty Images
자료 사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6일 누리집에 사업보고서 ‘2020년 성평등추진전략사업 :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성평등 의제 확산’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지자체 단체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서 성별, 세대 등에 따른 고충과 불평등 양상, 구성원의 성평등 인식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실시한 공무원 대상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의결하며 여성가족부에는 공공기관 조직문화 상시 점검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장착을 위한 입장표명 조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11~12월 온라인으로 시행한 실태조사는 2개 지자체의 공무원 664명(남성 290명, 여성 374명)이 참가했다. 보고서는 “공직사회는 우리 사회에서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 영역 중 하나”라며 실태조사에서 성차별 현황과 성역할 고정관념, 성별 분업 정도, 성희롱·성폭력 관련 제도 등을 물었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을 보면, ‘최근 3년 이내 한 번 이상의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 있다’ 항목에 여성 34.5%, 남성 1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항목에서 20대 여성은 41.8%, 30대 여성은 45.8%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희롱에 대한 적절한 대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 있는 응답자(170명)에게 ‘본인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물었더니 68.8%(117명)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20년 성평등추진전략사업 :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성평등 의제 확산’ 갈무리
성별 세대별 성희롱 경험 및 목격 비율


또한, 공직생활 경력유지의 핵심요소인 근무평정(근평), 승진기회, 주요 부서 기회 등 ‘공직생활 전반이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항목에선 여성 응답자 46.3%가, 남성 응답자 5.9%가 동의했다. 특히 ‘근속이 비슷하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승진이 빠른 편이다’에 여성 응답자 57%가 동의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는 5.2%가 동의했다. ‘실적이 비슷하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근평을 잘 받는 편’에 여성은 46.3%가 동의했지만, 남성은 3.4%만 동의했다. ‘주요 부서에 남성이 우선 배치된다’에 여성 38%가 동의했고(남성 8.6%), ‘성별에 따라 주로 배치되는 부서가 구분된다’에 여성은 40.6%가 동의했다.(남성 30.7%)

보고서는 “여성 중에서도 타 연령대보다 근속 기간이 긴 50대 이상 여성에서 ‘근평 및 승진에서 성별 간 차이’를 더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근평과 승진의 성별 차이 항목에서 20대 여성의 동의율에 비해 50대 여성의 동의율이 20%포인트 높았다”고 설명했다. 공직생활에서 ‘여성적’ 일로 여겨지는 업무는 주로 여성에게 배치된다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여성 응답자 중 73.5%가 ‘다과 준비에 주로 여성에게 배치된다’고 응답했고, ‘설거지·청소·물품관리에 주로 여성이 배치된다’도 69.8%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은 각각 24.8%, 18.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20년 성평등추진전략사업 :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성평등 의제 확산’ 갈무리

 

보고서는 실태조사 뒤 치러진 20~30대 여성 공무원 대상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내용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여성 공무원들은 ①서무(특별한 명목 없는 일반적인 사무)에 대체로 여성이 배치되고, 설거지 등 비공식 업무 역시 여성이 담당하는 상황이 많고 ②위계적 조직문화로 상급자에게 의견 개진이 자유롭지 않으며 ③성희롱 관련 사례들이 목격되기도 하나 공식적 문제 제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책제언으로 “여성이 비서, 서무, 민원업무 등에 더 많이 배치되거나, 커피 타기·설거지 등 공식업무 외 일거리를 성차별적으로 부여받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문화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근무평정에서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며 인사발령 시 직급 및 기관, 부서별 성별 현황 리포트 작성 등 현재 조직 내에 남녀 구성원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