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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르노로 섹스를 배웠다" 성소수자를 위한 '윤리적 게이 포르노'가 절실하다

아직도 많은 성소수자들이 포르노를 통해 섹스를 탐구하고 있다.

ⓒXesai

 

남과 다른 성정체성을 찾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은 변덕스러운 출항과도 같다. 끝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자원과 지원이 유튜브 영상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성소수자처럼, 10대 중반에 가까워질 때 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다른 걸 알았다. 결코 외계인이나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또래 소년들이 여학생들에 관심을 보일 때 나는 남학생들에게 관심이 갔다.

 

나는 포르노로 게이 섹스를 배웠다

당시 성소수자들을 위한 지원이 오늘날만큼 많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는 초기 단계였고, 의무적인 ‘게이인 건 괜찮다’라는 포스터 외에는 아무 지원도 없었다. 또 요즘처럼 성소수자들을 지원하는 담당 선생님도 없었다. 당연히 성소수자들을 위한 성교육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보가 없는 성소수자로서 포르노에 의지해 성 호기심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포르노는 모두가 절대로 이걸로 섹스를 배워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매체다. 여러 논란은 있지만 포르노는 내게 게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준 통로였다. 당시 TV에서는 성소수자들의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성소수자 청년들이 게이 포르노를 보며 게이는 어떻게 섹스하는지 배워야 했다. 2021년에는 ‘센스8’, ‘잇츠어신’ 등의 많은 성소수자 중심의 TV쇼를 볼 수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성소수자들이 포르노를 통해 성소수자의 섹스를 탐구하고 있다. 

경험상 이런 게이 포르노에는 큰 문제가 있다. 일반 이성애자 포르노에 있는 문제점과 비슷하다. 하지만 동성애자 포르노의 시청자들은 그들의 새로운 성에 대해 더 민감하고 궁금해한다. 성소수자 청소년의 84%가 학교에서 또래로부터 소외 당하고, 18%가 동의 없이 어떤 형태로든 성적 행위를 강요받았다고 추산됐다.

나는 포르노에서 본 걸 모방했다. 하지만 성소수자용 포르노에서는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의 성소수자‘만 그려냈다. 자연스럽게 그런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였고 섹스라이프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이런 포르노에서 ‘여성스러운’ 걸 우습게 그리고 불편한 아빠와 아들의 장면, 그리고 동성애자가 의욕적으로 이성애자가 포기할 때까지 들이대는 모습을 보여줬다. 폰허브(Pornhub)는 이런 장르가 게이 포르노 중 가장 많이 검색된 것으로 보고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VladOrlov

 

청소년에게 비윤리적 게이 포르노는 더 큰 문제다

 

이미 자아가 확립되고 오락물에 문제가 있는 점을 알 수 있고 현실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분별력이 있는 어른들에게 이런 포르노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들에게 이런 포르노는 단지 오락용이다. 하지만 청소년 등 아직 성소수자의 삶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큰 문제다. 그들에게 이런 게이 포르노가 곧 공식 성교육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기 어렵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게이 포르노는 내 섹스 라이프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나도 이런 포르노로 섹스를 배웠고 괴상한 고정관념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다른 이에게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나의 가치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파트너의 성적 만족을 위한 도구라고 믿었다. 나만 즐거우면 파트너들도 당연히 만족할 거라고 믿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포르노를 보더라도 좀 더 선별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세계가 얼마나 윤리적으로 계획되고 윤리적으로 촬영한 게이 포르노를 필요로 하는지 깨달았다. 구글에 ‘윤리적인 게이 포르노’를 검색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검색되는 거의 모든 사이트의 영상이 똑같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johnnyscriv

  

‘윤리적인 게이 포르노’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게이 포르노보다 이성애자용 포르노를 더 많이 시청한다. 최근 여성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쾌락을 즐기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벨레사’처럼 여성이 주도하는 포르노 사이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사이트가 강조하는 건 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예속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 매력, 그리고 단지 좋은 섹스다. 처음에는 내 성정체성에 추가 의문을 품게 되었지만 (자신에 대해 믿었던 모든 것에 관해 의무를 갖고 질문한 후) 너무 깊이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내가 게이로서 뭔가 부족한가?” 여전히 남성에게 성적으로나 로맨틱 상대로나 매력을 느낀다. 게이가 이성애자용 포르노를 보는 게 왜 큰 문제일까? 포르노는 그냥 즐기면 된다. 아무렇게나 만든 게이 포르노보다 윤리적으로 만든 이성애자  포르노를 보는 게 훨씬 더 좋다. 포르노물은 단지 오락 목적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포르노를 보더라도 좀 더 윤리적이고 도덕에 의문점이 생기지 않는 내용을 선별할 수 있다. 

성소수자 성인인 나는 안전한 환경에서 섹스라이프를 탐구할 수 있는 환경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포르노로 성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여성에 대한 윤리적 묘사에 전념하는 포르노 사이트들이 많이 늘어나고 인기를 끌고 있다. 성소수자를 위한 포르노도 이런 움직임을 따라가길 바란다. 성소수자와 그들의 섹스를 부정적으로 그리기보다 긍정적이고 윤리적으로 보여 줄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길 바란다. 정말 우리는 그런 게 절실히 필요하다. 

 

 

*저자 키이란 갈핀은 프리랜서 작가다. 트위터 계정 @kierangalpin2 에서 그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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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섹스 #성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