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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해시태그를 게이들이 점령했다

주말 동안 트위터 해시태그 점령 운동이 벌어졌다.

  • 허완
  • 입력 2020.10.05 18:29
  • 수정 2020.10.05 18:39
(자료사진)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모인 한 게이 커플의 모습.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촉발시킨 '스톤월 항쟁' 1주년을 기념하며 1970년 6월28일에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다. 뉴욕, 미국. 2020년 6월27일.
(자료사진)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모인 한 게이 커플의 모습.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촉발시킨 '스톤월 항쟁' 1주년을 기념하며 1970년 6월28일에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다. 뉴욕, 미국. 2020년 6월27일. ⓒAlexi Rosenfeld via Getty Images

미국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악명 높은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가 지난 주말 동안 느닷없이 트위터를 뒤덮었다. 게이 커플들이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진과 함께.

먼저 간단한 배경을 소개하면 이렇다.

2016년에 설립된 ‘프라우드 보이스’는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보이는 미국 극우단체 중 하나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층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극우단체들 중에서도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 유대계 시민단체 반인종주의연맹(ADL)은 ”폭력적, 국수주의적, 이슬람혐오적, 트랜스젠더혐오적, 여성혐오적” 성향을 지닌 단체로 ‘프라우드 보이스‘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남성과 서구 문화가 포위당하고 있다는 이른바 ‘화이트(백인) 제노사이드 음모론’을 추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열린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무장한 채 미국 각지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인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을 이 자리에서 규탄할 수 있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말했다.

이 단체 회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메시지를 지지선언으로 해석하며 환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뒤늦게 이 단체를 규탄했다. ”나는 여러번 말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겠다. 나는 KKK를 규탄한다. 나는 모든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규탄한다. 나는 ‘프라우드 보이스’를 규탄한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의 모습. 2020년 9월26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의 모습. 2020년 9월26일. ⓒAndrew Lichtenstein via Getty Images

 

이 ‘프라우드 보이스’의 해시태그 #ProudBoys를 점령한 건 다름 아닌 성소수자들이었다.

이 ‘해시태그 점령 운동‘을 누가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영화 ‘스타트렉’에 출연했던 유명 일본계 미국인 배우 조지 타케이가 초기 멤버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해보인다.

커밍아웃 한 게이로도 유명한 그는 지난 목요일(1일)에 이런 트윗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나 틱톡을 쓰는 젊은이들이 LGBT들을 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이들이 서로에게 애정 표현을 하거나 ‘게이짓’을 하는 사진을 찍은 다음에 #ProudBoys 태그를 넣어서 올리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그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 트윗에는 즉각적인 호응이 쏟아졌고, 주말 동안 트위터를 뒤덮었다.

그러니까 #prideboys들이 #proudboys를 점령해야 한다는 얘기지? 난 좋음

 

캐나다 해군 공식 트위터와 미국 주둔 캐나다군 공식 트위터도 동참했다.

 

타케이도 자신과 파트너의 사진을 올렸다.

브래드와 나는 이제 법적으로 결혼한 지 12년 된 #ProudBoys다. 우리는 이 캠페인으로 우리의 프라이드를 되찾는 일에 나선 모든 게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커뮤니티와 지지자들은 혐오에 사랑으로 답해줬고, 더할 나위가 없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피트 부티지지와 파트너의 사진을 올렸고,

#Proudboys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든 #Proudboys 두 명을 내가 아는데 말이지! 

넷플릭스 ‘퀴어아이’의 바비 버크도 파트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으며,

이 귀여운 #ProudBoys들 좀 봐 (리트윗해서 이 해시태그를 혐오가 아닌 사랑의 해시태그로 바꾸자) 

플로리다주 주 의회 최초의 라틴계 성소수자 의원인 카를로스 G. 스미스도 ”진정한 프라이드”를 보여주기 위한 해시태그 점령 운동에 동참했다.

@JerickFL과 나는 소셜미디어에서 백인우월주의자와 편견으로 가득한 네오나치들로부터 #Proudboys를 되찾아오기 위한 수많은 게이들의 운동에 동참한다. 이 해시태그를 사랑, 긍정, 진정한 프라이드의 이미지로 만들자!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두 명의 #ProudBoys들은 여기에서 투표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다!

앞서 해외 K팝 팬들은 인종주의자들의 구호에 맞서는 해시태그 점령 운동의 위력을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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