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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쌓여 가족이 됐다" 이 게이 커플은 마치 운명처럼 뉴욕 지하철에서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입양했다 (사진)

판사는 ”이 아기를 입양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대니, 피트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아기
대니, 피트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아기 ⓒPete Mercurio
 

2000년 8월, 미국의 대니 스튜어트라는 남성은 우연히 뉴욕 지하철에서 버려진 아기를 발견했다.

당시 지하철역에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 그는 아기를 보고 누가 흘린 인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는 움직이고 있었고 탯줄도 그대로 달려 있었다. 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된 아기였다.  

뉴욕 지하철
뉴욕 지하철 ⓒBoogich via Getty Images

 

아기는 바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니와 그의 남자친구 피트 머큐리오는 놀랐지만 이 아기와 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피트는 대니에게 ”몇 년 후 이 아기는 오늘 일을 알게 될 거고 어쩌면 구해준 너를 다시 찾고 싶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이 아기에게 매년 이날 선물이라도 전해주면 어떨까? 아니면 연락이라도 하고 지내면 좋겠다.”

 

대니, 피트 그리고 케빈
대니, 피트 그리고 케빈 ⓒPete Mercurio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단순히 이 아기와 꾸준히 연을 이어가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CNN에 따르면 경찰은 아기의 부모를 찾는 조사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3개월 후 대니는 이 아기를 발견할 당시 상황을 법원에 진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판사는 대니에게 전혀 예상 못 한 질문을 던졌다. 

판사는 그에게 ”이 아기를 입양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대니는 입양이 쉽지 않은 일인 걸 알았지만 ”입양하고 싶다. 하지만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대니와 피트는 임시 보호자로 먼저 아기를 돌보다가 2년 후인 2002년 12월 공식적으로 아기를 입양했다. 이들은 아기를 케빈이라고 이름 지어줬다. 

당시 판사가 이런 입양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었던 건 운도 따랐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에는 판사에게 버려진 아기의 입양 절차를 촉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범 프로그램이 있었다. 

대니, 피트 그리고 케빈
대니, 피트 그리고 케빈 ⓒPete Mercurio

 

이 판사는 이 시범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니와 피트에게 법적인 입양 권한을 빠르게 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입양은 훨씬 더 오랜 기간과 절차가 소요된다. 이 시범 프로그램은 대니와 피트가 아이를 입양하고 6개월 만에 중단됐다. 어떻게 보면 이 커플에게는 행운이고 운명적이었다.

대니와 피트는 ”우리는 케빈에게 모든 걸 이야기한다. 케빈도 판사의 입양 결정 덕분에 우리가 가족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니와 피트는 케빈을 입양한지 약 10년 후인 2012년에 결혼했다. 

케빈을 입양할 당시 대니와 피트는 큰돈이 없었다. 학자금 빚도 있었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두 사람과 케빈을 전적으로 응원하고 지원했다. 뜻밖의 우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지만 이들은 20년 넘게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었다. 현재 케빈은 대학교 4학년이 됐다. 

 

대니, 피트 그리고 케빈
대니, 피트 그리고 케빈 ⓒPete Mercurio

 

머큐리오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우리 커플에게 21살 아이가 있다니!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케빈을 사랑한다. 이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이런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대니도 똑같이 느낀다”고 말했다. 

케빈은 성장하면서 두 아버지들에게 지하철에서 발견된 순간까지 가족이 된 과정 모두를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숨기지 않는다. 머큐리오는 ”케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 과정을 긍정적으로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지하철 아기' 동화책
'지하철 아기' 동화책 ⓒPete Mercurio

 

머큐리오는 아들을 위해 지하철에서 케빈을 발견한 실화를 바탕으로 동화책을 만들었다. 머큐리오는 ‘우리 지하철 아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케빈의 실제 부모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머큐리오는 그들에게 연민은 느끼지만 나쁜 감정은 없다고 전했다.

″아기를 혼자 두고 떠나는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항상 케빈에게도 친부모는 네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두고 떠난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유기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우리에게 발견될 수 있도록 너의 부모가 그렇게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안정윤 에디터: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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