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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희석씨는 숨지기 전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최희석씨는 가해자의 실명을 8번 언급했다.

고 최희석씨가 생전 근무했던 경비 초소의 모습.
고 최희석씨가 생전 근무했던 경비 초소의 모습. ⓒ뉴스1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지난 5월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음성 유서를 남겼다고 YT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희석씨는 지난 4일 자신이 일했던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첫 번째 극단적인 시도를 한 당일 음성 유서를 남겼다. 음성 유서는 총 3개로 5분 정도씩 녹음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2개를 유가족이 YTN에 전달했고, 나머니 하나는 경찰이 핵심 물증으로 확보했다.

공개된 음성 유서에서는 경비원 최희석씨가 그동안 겪었던 정신적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가해자에게 당했던 자신의 상황을 생생히 증언한다. 최씨의 흐느낌 속에서 그를 향했던 가해자의 폭언 수위가 상상을 초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씨는 가해자가 ‘산으로 끌고 가서 100대를 때리겠다‘, ‘길에서 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한다.

″저는요, 힘도 없고요. 맞아본 거 생전 처음입니다. (올해 나이) 60인데요. 진짜, 71년생이 막냇동생 같은 사람이 협박하고 때리고 감금시켜 놓고….”

″진짜 저 XXX 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습니다. 진짜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너 이 XX 돈도 많은가보다, 고소하고. 그래 이 XX야, 끝까지 가보자, 이 XX야.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 끝나니깐. 사직서 안 냈다고 산으로 끌고 가서 너 백 대 맞고, 이 XX야. 너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최씨는 음성 유서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랐다. 동시에 그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최씨는 음성 유서에서 가해자의 실명을 총 8번 언급한다.

“XXX 씨라는 사람한테 맞은 증거에요. XXXX호 XXX 씨라는 주민한테 엄청나게 맞은 증거입니다. TV에도 다 나오게, 방송 불러서 공개해주세요.”

″정말 XXX 씨라는 사람한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음성 유서에는 자신을 도와줬던 주민들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는 대목도 있다. 최씨는 ”저승 가서라도 꼭 그 은혜 갚겠다”고 말했다.

″○○○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내 저승 가서라도 꼭 그 은혜 갚겠습니다. ○○○ 엄마 아빠, ○○슈퍼 누님, ○○○○호 사모님, 정말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경찰이 유족에게도 전달하지 않은 나머지 음성 유서엔 최희석씨 코뼈가 부러졌던 날에 대한 상세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를 극단의 고통으로 내몰았던 가해자는 지난 5월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북경찰서에 출석했다. 11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가해자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경비원 최씨와 유가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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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갑질 #경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