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글 의사’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한글 의사는 영어로 써진 어려운 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이로서 ‘글 읽는 속도를 높여주겠다’라는 포부를 가진 인물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정보에 소외되는 국민 없이 모두가 함께 소통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푸른 빛 바다와 초록산이 있는 곳, 강릉에 사는 건 오랜 꿈이다. 대체로 온난한 기후로 나고 자란 경기 남부보다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눈도 비도 많이 내리지만, 평균 습도가 낮아 꿉꿉한 기운이 없다. 물론 그 때문에 봄가을 불조심이 필수지만, 숲과 계곡, 구릉과 호수까지 자연과 가까운 곳임은 분명하다.
KTX 덕분에 요즘은 2시간이면 서울을 오갈 수 있어 주말에 조금 부지런만 떨면 지금과 다름없이 문화적 혜택도 누릴 수 있을 테다. 더군다나 ‘강원도‘의 ‘강’이 강릉을 지칭하는 말 아니던가. 강원도의 대표 도시로 삶에 필요한 문화적 기반은 충분하다. 시간 부족한 평일에는 책만 있어도 족할 테고 말이다.
하는 일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당장 삶의 터전을 이전하고 싶다. 물론 지금처럼 퇴근 무렵 갑자기 보고 싶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예매해서 보러 갈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퇴근 무렵 갑자기 노을이 보고 싶어 바닷가로 향할 수 없는 것도 매한가지니 내 마음속에선 비긴 셈이다.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공간은 집과 직장, 사람은 가족과 친구, 강릉이라고 삶의 형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다. 몇 해 전 방영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는 ”제주도 공기 좋은 데서 사나. 서울에서 사나. 제주도에서도 마음이 지옥 같이 사는 사람 많아. 서울에서도 얼마나 즐기며 사는 사람이 많니. 어디에 사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 그 자리 그대로 만족하면서 사는 거.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라고 말했다. 어디에 서 있건 어떤 형태건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증발한 것만 같은 이 도시에서 정신 승리라도 하려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성북동, 평창동, 신영동, 부암동까지 산길을 벗 삼아 살아왔다. 개발제한구역, 문화재보존 등 규제를 따라서 좋아하는 일과 자연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낸 거다.
서울이란 구심점으로 행정과 교육, 문화 모든 것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구심점은 점점 깊어져 블랙홀처럼 급기야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가 가장 먼저 지역 균형 개발을 추진한다. 그 덕분에 생겨난 것 중 하나가 ‘오픈캠퍼스(open campus)‘다. ‘열린 캠퍼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는 우리 말로 ‘기관-대학 협력 교육’이다. ‘기관-대학 협력 교육’은 말 그대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해당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직무 및 현장실습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라는 제도에 맞춰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2018년부터 시작됐다.
부산의 주택도시보증공사, 대구의 한국감정원과 한국정보화진흥원, 광주의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한국콘텐츠 진흥원 등등 현재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전남대, 조선대와 업무 협약을 맺고 2020년부터 신문방송학, 전자통신공학 정규교과과정을 편성했다. ‘미래전파인력육성프로그램‘, ‘영상커뮤니케이션‘, 1인 미디어 제작 이론과 실습’ 등 총 4개 과목으로 2~3학점씩 학점 인정도 된다. ICT 산업 분야의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함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