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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게임회사 '펄어비스'에서 우울증 걸린 직원이 3년 만에 5대 폭증했다

법적으로 허용된 것 이상의 초과근로를 강요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임업체 펄어비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게임업체 펄어비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

수년간 직원들에게 당일 권고사직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유명 게임회사 펄어비스가 재량근무제 등을 악용해 직원들에게 법적으로 허용된 것 이상의 초과근로를 강요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회사는 코스닥에 상장해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직원들의 진료건수가 최소 5배가량 뛰는 등, 과로 탓에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정의당 ‘비상구’(비정규노동상담창구)가 같은 당 이정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건강보험 이용내역 자료를 보면, 우울증(우울에피소드)에 해당하는 상병코드 ‘F32’로 진료를 받은 이 회사 직원은 2017년 5명(진료건수 23건)에서 2019년 16명(107건)으로 3.2배 늘었고, 진료건수는 4.7배 증가했다. 급작스런 두근거림 등이 나타나는 기타 불안장애(F41)도 같은 기간 2명(4건)에서 12명(90건)으로 환자 수는 6배, 진료건수는 22.5배 급증했다. 이 기간 회사의 전체 직원이 242명(2017년 6월)에서 714명(2019년 6월)으로 2.95배 증가한 점에 비춰봐도 정신질환을 겪는 직원 비중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업무와 야근 등 장시간 노동이 직원들의 정신질환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과로 등 직무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직원들을 압박하는 조직문화가 강한 기업일수록 노동자들이 우울증 등에 쉽게 노출된다”며 “한 직장에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직원 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면 조직 내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전·현직 직원들은 주당 52시간을 훌쩍 넘는 ‘공짜노동’이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퇴직자 ㄱ씨는 “초과근무 기록을 작성할 때 12시간(주당 연장근로 상한선)을 넘기면 인사팀에서 ‘그 이상 쓰지 말라’고 연락이 온다. 이미 52시간 넘게 일했지만, 그 이상은 회사에서 인정을 안 해줘 공짜노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합법적으로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게 할 ‘꼼수’로 재량근로제를 악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량근로제는 게임 개발 등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곤란한 업무에 한해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만큼만 일한 것으로 인정하는 근무제다. 하지만 퇴직자 ㄴ씨는 “재량근로제 대상은 주말은 물론, 회사가 부르면 자다가도 출근해야 했다. 평소 업무를 열심히 하는 직원을 회사가 재량근로제 대상으로 지정해, 반강제적으로 재량근로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펄어비스를 상대로 주 52시간제 준수와 관련한 근로감독을 한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이 회사를 조사했던 고용노동부 안양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직원 700여명의 1년치 월별 근무기록을 인사담당자가 제공한 출력물로 확인했다. 3시간가량 조사했는데, 주 52시간 근무를 넘긴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별도의 직원 면담은 없었다”고 밝혔다. 근로감독 자체가 부실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강연 비상구 노무사는 “재량근로제의 핵심은 업무 시간·내용의 재량권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것인데, 실제 펄어비스에서는 회사의 통제 하에 업무가 진행됐다”며 “노동자들의 건강악화가 데이터로 확인된 만큼 고용노동부가 펄어비스의 근로감독을 다시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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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