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들이 9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경쟁자가 될 만한 업체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한 뒤 ‘싹을 잘라버리는(buy or bury)’ 전략을 활용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장에는 페이스북이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인수했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980년대 유선전화 사업을 독점했던 AT&T를 강제로 분할시켰던 것을 비롯해 미국에는 반독점 소송으로 기업이 쪼개진 전례가 많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 및 2개 자치구(괌, 워싱턴DC)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공정경쟁을 방해한 사례들이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FTC는 페이스북이 잠재적 경쟁 업체들을 인수해 경쟁자를 없애는 식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적 전략”을 써왔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FTC의 이안 코너 경쟁국장은 ”독점을 굳히고 유지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행위는 소비자들에게서 경쟁의 이득을 빼앗아갔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목표는 페이스북의 반경쟁적 행위를 되돌리고 경쟁을 회복시켜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경쟁이 살아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겸 주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이 ”규모가 작은 경쟁자들을 무너뜨리고 경쟁을 없애버리는 데 시장지배력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약탈적 기업 합병을 가로막고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에 깊이 관여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 법무장관 조쉬 스타인은 1980년대 유선통신 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던 AT&T 반독점법 소송과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소셜미디어 시장 구조를 재편하고자 한다. 지금은 (우월적 지배자가) 한 곳 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허가한 게 바로 FTC라는 점을 지목하며 반박했다. ”(인수를 허가했던) 정부는 이제 와서 이를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정부가 허가했더라도) 어떤 인수합병도 최종적인 게 될 수 없다는 오싹한 경고를 미국 기업들에게 보낸 것이다.” 페이스북 법률고문 제니퍼 뉴스테드가 입장문에서 말했다.
이번 소송은 날로 커져가는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초당적인 우려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온라인 검색 및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1990년대 후반 PC 운영체제와 인터넷 브라우저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됐던 소송 이후 가장 큰 반독점 소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과 아마존에 대해서도 의회와 연방정부 차원에서 반독점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반독점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FTC는 공화당 3명과 민주당 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소송에는 4개주(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를 뺀 나머지 모든 주의 공화당 및 민주당 정부가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