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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창고에서 50만 명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방법

음식 빈곤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올리브유로 가득한 선박이 영국을 향해 이동한다. 기후 문제로 뒤늦게 사우샘프턴에 도착한 선박은 서류에도 문제가 있다. 입항을 거절당한다. 부두에서 몇 주 넘게 붙들려 있다가 결국 출항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선박에는 아직도 올리브유가 가득하다. 유통기한이 지나 일반 거래가 불가능한 올리브유가 말이다.

이같이 유통기한은 문제가 되지만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수천수만 리터의 음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음식업계가 앓는 대표적인 문제 중의 하나다. 게다가 풍년으로 인한 식품류 과잉공급, 제조사나 유통업체의 실수로 인한 초과 주문 등의 문제로 낭비되는 음식·식품은 꾸준히 늘고 있다. 단순한 예지만 잘 못된 라벨 색깔 때문에 유통이 제한된 탄산음료 사례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소비자들에게는 좀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식품을 다뤄야 하는 업계 입장에서 음식 낭비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WRAP는 영국에서 낭비되는 연간 음식량이 27만 톤에 달한다고 추측했다. 이 단체에 의하면 생산 단계에서 폐기되는 음식 51%와 소매 단계에서 폐기되는 음식 100%가 매년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다. 

이런 낭비를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이 언제 도입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런던 남쪽에 있는 한 창고가 답이 될 수 있다. 남은 식품을 수거해 음식 빈곤에 처해있는 이웃에게 나눠주는 창고 말이다.

ⓒJUDITH RICKETTS

페어셰어(FairShare)라는 이 자선단체는 1만 제곱미터 크기의 대규모 창고를 운영한다. 조직의 일원인 수지 헤이우드는 데트퍼드 산업단지에 위치한 페어셰어 창고를 소개하며 ”창고를 방문한 사람들의 놀라는 모습이 정말로 재미있다. 규모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는 표정들이다.”라고 말했다. 창고는 아담한 개인 주택 단지와 맞붙어있다. 페어셰어에 따르면 영국 주민 483,376명이 이 창고에서 매주 제공한 음식을 먹었다. 페어셰어 서비스 사용자가 2018년에는 더 늘을 것이라는 게 단체의 예측이다.

헤이우드의 말이다. “2018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확실하다.” 페어셰어의 자원봉사자 800명과 직원 135명은 연간 13,500톤의 음식을 21개의 지역 센터와 6,723개의 구역 자선단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페어셰어는 아침식사 클럽, 노숙자용 호스텔, 여성전용 안식처 등 재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음식을 배달한다.

페어셰어 서비스를 신청하는 자선단체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제는 대기자 명단이 필요할 정도다.

ⓒJUDITH RICKETTS

페어셰어에 대한 비난도 있다. 이 같은 서비스가 음식 빈곤을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어셰어 CEO는 음식 빈곤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있다. ”음식 빈곤 문제가 사라지는 날 우리도 창고 문을 닫고 사라질 것이다.” 

헤이우드에 의하면 음식 빈곤은 돈 문제 이상의 문제다. 예를 들어 동시에 세 군데서 일하는 부모에게는 시간도 모자라다. 가족을 위해 저녁을 챙기거나 아이들 등교 전에 아침을 준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 전기 요금을 내지 못 해 오븐도 켜지 못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끼니 챙기는 걸  잊는 치매 노인도 있으며 가정 폭력 때문에 집에서 도망친 사람도 있다. 헤이우드는 ”사람들은 음식 빈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늘 존재했던 문제인 것은 맞지만 더 악화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헤이우드는 이날 배포해야 하는 육류와 유제품 등 ‘썩는 제품(perishables)’이 보관된 대형 냉장고 앞으로 이동한다. 한 상자에 적혀 있는 주소가 눈에 띈다. 명문으로 알려진 한 초등학교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 학교의 무료 배급 비율은 전체 평균인 25%보다 훨씬 낮은 20%다. 이런 학교가 페어셰어 음식을 공급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JUDITH RICKETTS

맨체스터에 사는 닉 마크리스(17)는 페어셰어 프로그램의 성공 케이스다. 자폐증을 앓는 닉은 사회불안장애 때문에 거의 소통을 하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던 그가 그레인저 고등학교와 페어셰어가 함께 운영하는 노인 식사 제공 프로그램을 통해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였다. 닉의 선생님은 그가 페어셰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를 기대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셰어 봉사원들 중에는 운송 업무를 맡고 있는 운전자들과 막일을 담당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54세 리처드가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런던 전역을 다니며 음식을 운반한다. 미술계에 종사했던 리처드는 그런 일이 지겨워졌고 ”사회에 실제로 득이 되는 뭔가를 하고 싶었다. 육체노동을 하는 게 오히려 좋다”라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들 중엔 매일 100km 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페어셰어 일을 돕고자 자원하는 회사들도 있다. 아래는 봉사팀 일원으로 페어셰어 일을 돕기 위해 방문한 한 대기업 직원이다. 눈에 잘 띄도록 형광 조끼를 입고 있다. 

ⓒJUDITH RICKETTS

페어셰어 창고 뒤쪽에는 공산품도 있다. 고양이용 모래와 바비큐 라이터, 화장지가 보인다. 

헤이우드는 ”저런 건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바디페인팅용 초콜릿과 낙타 우유가 들어온 적도 있다... 불우 이웃이라고 고급 음식을 먹지 말라는 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허프포스트UK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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