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파리 모로코계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유튜브 스타가 'LGBTQ 십대'들의 아이콘이 되다

젠더 규범을 파괴하는 뮤지션 빌랄 하사니

ⓒFifou

Photo by Fifou

[파리=허프포스트 프랑스] ‘자유 전자’(free electron)란 뭘까?

스스로를 ‘자유 전자’라고 칭하는 유튜브 스타가 있다. 프랑스 십대 LGBTQ들의 아이콘, 빌랄 하사니다. 그는 ‘자유 전자’란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사람을 뜻한다고 말한다.

나이는 19살, 직업은 뮤지션이다. 대중 앞에 서는 그는 사람들이 젠더에 대해 갖고 있는 규범과 고정관념들을 바꾸는 것을 즐긴다. 긴 금발 가발, 반짝이는 옷을 착용하고 공연하지만 이 스타일을 정치적 메시지로 만들려는 생각은 없다. 하사니는 ”나는 다른 사람들을 대표할 정도의 책임감은 없다”며 자기가 보이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직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하사니의 음악과 대중적 페르소나는 프랑스 청년들에게 크게 환영 받고 있다. 유튜브 팔로워는 97만 명이 넘고, 지난해 대중문화잡지 테튀는 그를 ‘프랑스 LGBT+ 청년들의 아이콘’이라고 칭했다.

하사니는 올해 세계 최고 규모 라이브 경연 중 하나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프랑스 대표로 선정되며 프랑스 밖으로 인지도를 넓혔다. 5월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 열린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사니는 파리의 모로코계 무슬림 가정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크업을 시도하고 좋아했지만, 형이나 어머니가 그를 비난한 적은 없었다.

″가족은 절대로 내가 나 자신을 이상하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규범은 ‘친절함‘과 ‘존중’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 다른 별에 떨어지다

가족들은 그의 자기 표현을 받아들였지만, 집 밖에선 달랐다.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그의 외모, 목소리, 버릇을 끊임없이 놀려댔다. 인생 최악의 시기는 10대 초반 무렵이었다. 

그래서 아사니는 여러해 동안 그 누구에게도 자기가 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해서 그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질문했고, 어느날 그는 더이상 참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2살 때였다. ”게이냐”는 말에 ”응”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때 우리는 학교 식당 앞에 서있었다. 내 대답에 그 아이는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답해야할지 몰랐던 거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자기의 승리라는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커밍아웃하고 싶지는 않았다.

“해방감은 없었다. 나는 그보다는 더 드라마틱한 걸 꿈꾸고 있었다. 가족을 고를 수 없듯, 커밍아웃 역시 고를 수 없다는 것만 증명된 셈이다.”

몇 년 뒤 그는 형에게, 이어서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했다. 두 사람 모두 그를 응원해주었다.

진짜 ‘해방’이 일어난 건 파리 프라이드 전날이었던 2017년 6월 23일이었다. 하사니는 유튜브에 ‘Hold Your Hand’라는 발라드 커버를 올렸다. 게이임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노래였다.

영상은 크게 히트했다.

 

 

‘나는 어디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 한다’

성공에 따른 유명세로 인해 하사니는 인터넷과 현실세계에서 인종차별과 동성애혐오의 표적이 되었다. 그중에는 살해 수준의 폭력 위협도 있었다. 그는 대중교통과 사람 많은 곳을 피한다고 한다.

지난 1월 유로비전 프랑스 예선에서 우승했을 때는 악플러들이 그와 그의 어머니를 표적 삼아 며칠 만에 혐오 트윗 1,500개를 올리기도 했다. (프랑스 LGBTQ 지원 단체 이머전시 호모포비아 자료)

그의 어머니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대응했다.

“사랑이란 상대를 우리와 똑같이 만들길 원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를 지켜보고, 받아들이고, 상대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사니는 그 인터뷰를 회상하며 “어머니가 그런 일을 겪어서는 안되었다”고 말했다. 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가끔 감정적으로 화가 날 때도 있다고 한다. 작곡은 그를 분노에서 자유롭게 해준다.

‘Jaloux’(질투)라는 곡은 자신이 견뎌온 괴롭힘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매우 강력한 노래다. 자기가 들었던 말들인 ‘나는 네가 죽는 걸 보고 싶어‘, ‘넌 잘될 자격이 없어’를 가사로 옮겼다.

 

 

원하지 않았지만, 십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Roi’(왕)는 역경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노래다. 이 곡은 유튜브에서 200만 번 넘게 조회되었다. 

“나는 부자가 아니지만 밝게 빛나고 있어. 이제 내 왕국을 볼 수 있어. 꿈을 꿀 때면 왕이 된 기분이아.”

“너는 나를 끌어내리려 하지만 나를 망가뜨릴 수 없어. 내게 ‘이렇게 되어라, 저렇게 되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 너는 절대 내 왕관을 벗길 수 없어.”

십대 LGBTQ 팬들은 그에게 꾸준히 메일을 보낸다. 그들의 부모들이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메시지들이 온다. 그의 노래를 들은 후 마침내 커밍아웃했다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LGBTQ 커뮤니티 안에서조차 결속이란 규정하기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양성애 혐오, 트랜스 혐오, 여성혐오 등 많은 이슈들이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없애야 한다고 한다.

“우리에겐 변화와 진화를 위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나를 ‘게이 아이콘’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그는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 그에 영향을 받아 성장하고, 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하사니는 지금의 십대들이 자기자신을 받아들이자는 움직임을 이끌 주역 세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청소년들을 믿는다. 우리는 진화를 욕망하는, 배고프고, 목마른, 이제 막 건국된 하나의 나라와도 같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허프 국제 에디션들과 함께 진행한 프라이드의 달 프로젝트 ‘프라이드를 외치다 Proud Out Loud’의 세 번째, 프랑스편 인터뷰입니다. 다른 인터뷰들은 여기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프랑스 #유튜버 #프라이드2019 #유로비전 #빌랄 하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