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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의 한 고등학교 설립자 가족이 교직원들을 개인비서처럼 부려왔다는 탄원이 제기됐다

설립자 부인의 머리 염색까지 해준 교직원도 있었다.

전남 무안의 한 사립고교. 최근 이 학교 전현직 교직원 17명은 설립자의 갑질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전남 무안의 한 사립고교. 최근 이 학교 전현직 교직원 17명은 설립자의 갑질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뉴스1

전남 한 사립고등학교 교직원들이 설립자 가족의 ‘갑질’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사택 관리와 운전, 개인 심부름 등 온갖 허드렛일을 포함해 가축 도축까지 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24일 전남 무안 A고교 등에 따르면 학교 설립자 가족이 지난 30여년 동안 교직원들을 개인비서처럼 부려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89년 설립된 A학교는 설립자 주모씨가 2010년 사망한 이후 공동설립자인 부인 김모 이사가 학교를 운영해 왔다. 학교 인근 관사에 사는 김씨가 교직원들에게 청소와 빨래, 설거지, 음식 장만은 물론, 사적인 업무에서도 차량 운전을 지시해 왔다는 내용이 탄원서에 포함됐다.

교직원들은 명절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정치권 외부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낼 때도 직원들이 직접 배달을 했다고 주장했다.

 

딸이 행정실장 된 이후 더 심해진 갑질

탄원서에 따르면, 갑질이 더 심해진 건 김씨의 딸이 2014년 학교 행정실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교직원들은 딸과 대학생인 손녀의 거주지 관리, 차량 출퇴근, 개인 심부름까지 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교직원은 “매달 김장 등 반찬 만들기는 기본이고 관사 풀베기, 개인 소유 밭의 고구마 심고 캐는 일까지 도맡았다”며 “다른 직원은 설립자 부인의 머리염색도 매일 직접 해줬다”고 폭로했다.

갑질의혹이 불거진 전남 무안의 사립학교 관사. 관사 옆에 가축을 키운 것으로 보이는 우리가 설치돼 있다.
갑질의혹이 불거진 전남 무안의 사립학교 관사. 관사 옆에 가축을 키운 것으로 보이는 우리가 설치돼 있다. ⓒ뉴스1

 

관사에서 키우는 닭이나 돼지, 개 도축을 교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다른 교직원은 “처음에는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해 많게는 하루에 닭을 15마리까지 잡아서 급식실로 보냈다”며 “개와 돼지는 도저히 직접 잡을 수 없어 업체에 맡긴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 직원은 퇴직 후에도 닭고기를 먹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행정실 직원들은 근무시간 중 학교 직무와 관련 없는 장학재단 업무에도 수시로 동원돼 업무를 대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직원들은 설립자 가족들의 폭언과 강요 등으로 모욕감에 시달려 스스로 그만두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자 가족의 전횡을 참다못한 전현직 교직원 17명은 그동안 자신들이 겪은 갑질사례를 실명으로 기록해 최근 경찰에 제출했다.

학교 측 “설립자의 지나친 학교 사랑이 불편을 끼쳤다”

학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관사에서 키운 닭은 잡아 교사들에게 복날 점심으로 제공한 적은 있으나 돼지는 사육한 적이 없다”면서 “아흔 살이 다 된 설립자께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지나친 점이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갑질과 관련해서 설립자 딸인 주모씨는 “제가 운전을 할 줄 아는데 왜 직원들에게 운전을 시키냐”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발끈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의 갑질 주장은 저와 친오빠의 갈등에서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저를 음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4년 딸인 주모씨가 학교에 온 이후 교장으로 재직중이던 장남과의 다툼이 시작됐다. 장남이 2014년 이사회에서 교장 재임용이 부결되면서 이들의 갈등이 심해졌다.

장남은 평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직을 한 달 앞둔 지난 8월 1일 해임됐다.

딸인 주씨는 행정실장을 거쳐 2019년부터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며 학교 운영을 실제 도맡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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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사립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