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 신고가 크게 늘어났으나, 백신 불량이나 접종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사망자에 대한 부검에서도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29일 0시까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지난 10년간 역대 최다인 72건(명)을 기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백신과 사망 발생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준 역학조사분석담당관은 29일 ‘질병관리청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 관련 백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사망 신고가 접수된 사례 중 40건에 대해 부검을 시행한 결과 백신과 사망간 인과성이 확실히 인정되지 않는다”며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 결과가 역전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망 사례 72건 중 40건 부검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0월 29일까지 신고된 사망사례 총 72건 중 10월 28일까지 40건에 대해 부검을 시행했다. 나머지 31건은 유족 요청, 기저질환 사망 확인 등의 이유로 시행하지 않았고, 다른 1건은 부검의사를 확인 중이다.
이 40건의 부검 결과 접종부위 이상소견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 1차 부검소견만으로 사인을 확정할 수 있는 사례는 총 11건으로 사인은 대동맥 박리,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장폐색 등으로 나타났다.
이 외 29건은 검사 결과 육안적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 심장판막질환, 심비대 등의 심장관련 질환, 폐렴 등의 소견이 관찰되어 추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검 이외 다른 요인에서도 백신이 문제가 될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질병청은 예방접종과 사망과의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2건 이상의 중증이상반응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해당 백신명과 제조번호를 공개하고 즉각 접종을 중단할 방침이지만, 아직 해당 사항이 없다.
질병청 “심리적 불안감 영향 있을 수 있다”
질병청은 올해 사망신고가 높은 이유에 대해 어르신 접종 쏠림 현상과 심리적 불안감 등의 영향으로 예상했다. 이선규 질병청 예방접종과장은 “만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무료접종 첫날과 둘째날에 70% 이상 넘게 접종을 했다”며 “심리적 불안감도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았다”면서 “백신으로 인해 사망자가 많은거라면 예년 비교 접종군 비접종군 사망률이 어떻게 다른지 이런 것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비유를 들자면 횡단보도로 길을 건넌다고 해서 교통사고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처럼 백신 접종에도 100% 안전성이라는 것은 없다”면서 “적어도 확실한 것은 접종했을 때 이득이 분명히 더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접수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 신고사례에 대한 역학조사 및 추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피해조사반 검토 결과 최근 신고가 증가된 사망사례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지속해서 추가 조사 및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은 10월 29일 0시 기준 약 1644만건으로 이 중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자의 접종건수는 1103만 건에 해당한다.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은 총 1551건이 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