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1년 12월 03일 16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12월 03일 22시 46분 KST

국민은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에게 사생활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

대중의 말초적 관심을 자극하는 언론이 문제다.

뉴스1/MBN
김혜경씨와 김건희씨.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후보만큼이나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권자들은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궁금해 한다.

뉴스1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씨.
뉴스타파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씨.

배우자들의 호감도까지 따지는 언론

부부를 일심동체로 본 것인지, 일찍이 후보 배우자의 됨됨이를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난 2017년 한국일보가 20~70대 성인 남녀 51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투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응답자가 44.3%나 됐다. ‘대체로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45.4%였다. 유권자의 90%가 후보 배우자를 투표 기준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여론조사까지 등장했다.

채널A
대통령 후보 배우자들의 호감도까지 따지는 언론 보도. 

‘후보 배우자’도 검증하자는 여론

배우자 개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 후보 배우자를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후보 배우자 관련 기사가 매일매일 쏟아지는데, 김혜경씨와 김건희씨를 다루는 검증 보도의 내용이 다른 듯했지만 어딘가 닮아있었다. 

먼저 김건희씨부터 살펴보자. 김건희씨에게 따라 붙는 검증 보도로는 ‘쥴리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건희씨는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쥴리’ 논란을 직접 해명한 바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입문이 유력해질 때부터, 항간에는 김건희씨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이었고, 쥴리라는 이름을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건희씨는 지난 6월30일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다”라며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거다. 제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라고 항변했다.

뉴스버스
김건희씨의 첫 언론 인터뷰. 2021.6.30.

첫 언론 인터뷰 후 사라진 김건희씨

이 인터뷰에서 김건희씨는 검사와의 동거, 출입국 기록 삭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해명했는데 억울하다는 게 요지였다. 이 자극적인 인터뷰 이후 김건희씨는 종적을 감췄다. 언론이 자극만 쫓으며 김건희씨를 구석으로 몰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논문 표절, 학력과 경력 허위 기재 등 정작 당사자 해명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말할 기회조차 빼앗아버린 모양새다. 

‘김건희 의혹’이 계속해서 쌓이는 와중에 언론은 이제 김건희씨가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1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고, ”적극적으로 할지는 모르겠다” “어느 단계가 되면 대통령 후보의 부인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은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가짜 뉴스 주인공 된 김혜경씨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이미 대외활동을 시작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JTBC와 단독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 조회수가 80만회를 넘었는데, 이재명 후보만큼이나 배우자 김혜경씨가 대중에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언론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김혜경씨는 최근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달 초 김혜경씨가 낙상사고로 119까지 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후보가 김혜경씨에게 가해를 가했다는 정체불명의 괴소문이 돌았다.

이재명 캠프 페이스북
왼쪽은 일명 '다스베이더 김혜경' 사진, 오른쪽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이 다시 공개한 김혜경 씨 진짜 사진 .

그것도 모자라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외출하는 김혜경씨를 카메라로 찍기 위해 한 언론사가 과잉 취재를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혜경씨는 JTBC와 인터뷰에서 취재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처음엔 그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신경도 쓰이기는 하는데 결국 요즘은 우리 국민은 현명하셔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도 빠르게 돌아가더라고요. 요즘 같으면 별 걱정 안 합니다. 예전 같으면 몰라도, 요즘엔 소셜미디어도 많고 (해명할) 창구도 있어서 예전처럼 심각하거나 그러면 다 거르시더라고요.”

사실 김혜경씨는 가짜 뉴스로 인해 지난 2018년 검찰 조사까지 받은 바 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었다. 경기도지사 선거 운동이 한창일 때 이재명을 옹호하고 다른 여당 인사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트위터의 계정 주인이 김혜경씨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검찰은 김혜경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생활을 엿보려는 건 관음증일 뿐

김혜경씨와 김건희씨 보도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언론이 이들의 과거 직업과 불의의 사고를 따져 물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적 가치는 거의 없다. 쏟아지는 ‘배우자 보도‘를 바라보며, 언론이 대중의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해 조회수 장사를 벌이는 일을 ‘국민의 알 권리’라고 포장하는 일이 제발 없기를 바랄 뿐이지만, 이미 우리 언론은 너무나 멀리 와버린 듯하다.

김건희씨의 ‘쥴리’ 해명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는 ”합리적 의혹 사항 외 시중 소문에 대해선 사적인 부분도 있어서 김씨의 입장을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의혹 해명 과정에서 격앙된 김씨가 스스로 소문을 언급해가며 입장을 밝혔다”라며 기사를 쓴 이유를 김건희씨에게 돌렸다. 

물론 이 두 사람이 국민이 투표로 선출하는 대통령 후보였다면, 사생활 역시 선택을 고려할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헌법에도 명시된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배우자는? 법률에도, 헌법에도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권한, 보수, 책임에 대해서는 한 줄도 없다. 따라서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에게는 대통령 후보의 아내라는 이유로 사생활을 모두 공개해야 할 책임도 의무도 절대 없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