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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선수는 도쿄로 출국 직전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꼼짝도 못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공항이 폐쇄됐기 때문에 선수들이 도쿄로 출발할 수 없게 됐다.”

자키아 쿠다다디
자키아 쿠다다디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도쿄 패럴림픽은 24일 개막한다. 패럴림픽은 신체적·감각적 장애가 있는 운동선수들이 참가하여 펼치는 올림픽 대회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 선수가 도쿄 패럴림픽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자키아 쿠다다디(23)는 아프간 여성으로 최초 패럴림픽 선수이자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며 새로운 역사를 쓸 계획이었다.

 

패럴림픽 참가 출국을 단 이틀 앞두고 사라진 희망

그와 함께 아프간 남성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는 원래 17일 일본 도쿄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바로 직전인 15일부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며 재집권했다.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공항이 폐쇄됐기 때문에 선수들이 도쿄로 출발할 수 없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이 패럴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하던 때다.

탈레반이 여성을 차별했기 때문에 패럴림픽에 아프가니스탄의 출전이 금지됐다. 20년 후, 공교롭게도 첫 아프간 여성 패럴림픽 선수가 출전하기 직전 또다시 탈레반 때문에 무산된 것이다. 

자키아 쿠다다디 선수는 처음 출전이 결정됐을 때 ”처음으로 여성 선수가 아프가니스탄을 대표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너무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쿠다다디는 아프가니스탄의 태권도 대표 로훌라 니크파이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과 런던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보고 태권도 선수의 꿈을 키웠다. 니크파이는 아프가니스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다. 

 

대회 참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전 세계에 도움을 부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쿠다다디는 도쿄행이 무산된 후 절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아직 도쿄에 가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현재 나는 집 안에 갇혀 있다. 물건을 사거나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이 예정돼 있었지만 앞으로의 일은 불투명하다.”

″내 가족은 탈레반이 점령한 도시에 머물고 있다. 나는 카불에서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지만 모든 가족을 위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계속 있다면 그들에게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이고, 도움을 부탁한다. 나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꼭 참여하고 싶다. 제발 도와달라.” 쿠다다디의 말이다.  

 

자키아 쿠다다디
자키아 쿠다다디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전 세계 여성들과 여성 기관, 그리고 유엔(UN)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패럴림픽에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시민이 참여할 권리를 그렇게 쉽게 빼앗기지 않도록 도와달라.”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운동선수들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상황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 이전 탈레반 정권에서는 스포츠는 전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오히려 운동선수들은 벌을 받았다. 여자 운동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이 더 힘든 상황이다. 

이슬람 사회에서 여자 운동선수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장애인 운동선수는 대다수의 이슬람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자키아 쿠다다디
자키아 쿠다다디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장애인 운동선수는 더 큰 차별을 받는다. 선수들은 대회에 대비하여 제대로 된 훈련 시설이 아닌 공원이나 뒷마당 등에서 훈련을 해야 했다.

여태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장애인 운동선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장애인 운동선수는 한달에 고작 평균 17달러(한화 약 1만 9천 원) 미만을 벌었다. 탈레반 집권 하에 상황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허프포스트 일본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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