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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폭죽이 한국 초미세먼지가 되다

상관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

  • 김원철
  • 입력 2018.03.21 10:08
  • 수정 2018.03.21 10:15
ⓒChina Daily China Daily Information Corp - CDIC / Reuters

역대급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라는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상열)은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팀이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에 유입돼 초미세먼지 농도를 ‘나쁨’ 수준으로 올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중국 춘절기간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μg/m³) 수준인 것을 발견,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의 상관 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이하의 먼지로, 이는 주로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발생한다. 미세먼지의 4분의 1 규모로 입자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코나 기관지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인체에 축적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원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하지만 단순히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만 분석해서는 중국에서 발생했는지 입증하기 어렵다. 한중 양국 모두 산업이나 농업의 성격이 비슷해 현장에서 유사한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다른 방법들도 증거로서 한계가 있다. 위성 영상은 대기의 흐름을 거시적으로만 제공하고, 대기질 모델링은 실제 관측치와 비교해 봤을 때 오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도가 부족하다.

이에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인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칼륨은 폭죽과 바이오매스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모두 배출되지만, 레보글루코산은 바이오매스 연소에서만 배출된다.

바이오매스 연소의 경우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같이 올라간다. 만약 칼륨 농도만 급격히 올라가고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농작물 등을 태우는 것이 아닌 대규모의 폭죽을 터트리면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1월말 중국 춘절이 시작되면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 이 기간 국내 대기 중 칼륨 농도가 평소보다 7배 이상 높아졌지만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가 같은 시기인 설날에 불꽃놀이를 하지 않고 중국은 대규모 불꽃놀이를 한다는 점을 보았을 때 폭죽에서 배출된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연구 및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대기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4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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